메리츠화재, GA로 날아올랐지만…규제에 '역풍' 맞을까

입력 2018-07-12 10:17
수정 2018-07-12 10:22

메리츠화재의 영업실적에 효자 노릇을 하던 독립법인대리점(GA)이 올 하반기에는 실적 하락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GA의 과도한 시책(특별수당) 경쟁에 칼을 빼들면서 GA 채널 의존도가 높은 메리츠화재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3월 장기보험 매출 132억9700만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업계 1위인 삼성화재(129억8400만원)를 앞섰다. 올해 1~3월 장기보험 평균 매출은 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75.4% 증가했다.

업계는 메리츠화재 실적 성장의 원인을 GA에서 찾았다. 2016년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인 메리츠화재가 보험 설계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시책비를 지급하면서 주요 판매처로 GA채널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시책이란 보험사가 설계사들에게 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보험계약 성사 시 지급하는 특별수당이다. 메리츠화재는 설계사들에게 월납신계약의 400~600% 수준의 시책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시책 권고안(200~300%)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DB금융투자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의 GA채널 판매 비중은 64.0%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이 각각 20%, 30%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메리츠화재의 GA채널 활성화는 회사 영업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손보사들의 시책 경쟁을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일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자사 보험만 파는 GA를 도입하면서 GA채널을 영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업계 평균 이상의 과도한 시책비를 지급하면서 다른 보험사들의 시책 경쟁을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GA 소속 보험 설계사들은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아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팔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그러나 동시에 시책비를 많이 주는 보험사의 상품을 집중 판매해 이익을 취한다는 약점에 노출돼 있다.

이에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NH농협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를 대상으로 GA채널의 수수료 체계를 집중 점검했다. 과도한 시책이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를 부추기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따랐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GA 소속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비율(0.19%)보다 높았다.

GA채널을 향한 금융당국의 잣대는 올해 하반기 더 촘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GA의 영업행위에 대한 자율규제를 보험사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GA에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GA 간 실적, 수수료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교공시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GA는 물론 GA채널로 영업력을 끌어올린 메리츠화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는 관측이 짙다. 사업 실적을 토대로 주가 향방을 전망하는 금융투자업계도 우려를 표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성장을 이유로 GA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 메리츠화재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을 갖기 어렵다"며 "올해 중 예상되는 금융당국의 GA채널 시책에 대한 본검사와 이에 대한 대책, 하반기 신계약 판매 추이 등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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