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때리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11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은 태풍에 휩싸였습니다.
주가, 구리 등 상품가 등은 급락했고 달러화는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폭으로 움직인 건 유가였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73달러, 5.0% 폭락한 70.38달러에 마감됐습니다. 브렌트유는 5.46달러, 6.9% 급락한 73.40 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하루만에 이렇게 큰 폭으로 내린 건 3년여만에 처음입니다.
유가가 폭락한 배경은 ①미중무역전쟁이 본격화돼 글로벌 성장세가 꺾이면서 원유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이 뿐이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유가 하락에 대해 또 다른 6가지 이유를 더 제시하고 있습니다. 연일 배럴당 100달러, 150달러선을 예측하던 월스트리트지만 무역전쟁에는 꼬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유가 안정의 '세븐 사인'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②리비아 수출 재개 예정
리비아는 그동안 동부의 군벌이 주요 수출항을 공격하면서 원유 수출량이 지난 2월 하루 128만 배럴에서 최근 52만7000배럴까지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리비아 국영석유회사 NOC는 무장 세력이 항구에서 물러나 생산 및 수출 재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하루 70배럴 가량의 원유가 추가로 세계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③이란 석유에 대한 제제 예외 인정 가능성
그동안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며 동맹국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협은 국제 유가 폭등을 낳았죠. 하루 12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분이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좋을 수가 없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일부 국가들의 이란 원유 수입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④미국 달러 강세
미국 달러는 이날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급등했습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통상 유가는 떨어집니다. 석유가 달러를 기반으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⑤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이날 발표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월간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6월 산유량이 하루 1042만배럴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5월에 비해 하루 40만배럴이 증가한 겁니다. 사우디가 6월22일 열렸던 OPEC 회의 이전부터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⑥기록적인 미국 산유량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에 미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118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종전 기록인 1970년대 960만배럴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⑦트럼프가 푸틴에 증산을 요구할 것이라는 추측
유럽을 방문해 연일 NATO 회원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6일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 만납니다.
11월 중간선거가 급한 트럼프는 푸틴에서 증산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푸틴의 관계는 아시죠? 러시아도 최근 증산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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