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팔자' 기조가 여전하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삼성전자, LG화학 등에 대한 매도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정보기술(IT) 부품주와 내수주는 바구니에 담아 가는 상황인 만큼 관련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올 상반기 3조762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7월(10일 기준) 들어서도 187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2월 이후 꾸준히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자'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도 공세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 우려 확대와 달러화 강세 영향을 꼽고 있다. 외국인이 연초 이후 가장 많이 매도한 업종은 의약품, 운수장비, 전기전자 등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으로 '팔자'에 나선 올 2월부터 이달 10일까지 가장 많이 판 '쌍두마차' 종목은 셀트리온(2조7903억원 순매도)과 삼성전자(2조4215억원)로 꼽혔다. LG화학(7985억원 순매도)·현대건설(5989억원 순매도)·현대로템(5349억원 순매도)·한국전력(4474억원 순매도)·SK이노베이션(4299억원 순매도)·현대차(4256억원 순매도)·삼성SDI(3931억원 순매도), 현대엘리베이터(3519억원 순매도) 등도 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매도세를 나타냈는데 7월에도 '팔자'세를 이어갈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순매도세"라며 "셀트리온은 의약품 업종 투자 매력 하향에 따른 매도세라기보다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급 과열 해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4~6월)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1조3272억원 순매도)이기도 했다. 올 5월 액면분할을 거치며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 판매 부진으로 2분기 실적 우려가 가중돼 투자심리가 약화된 탓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7월에도 외국인이 가장 큰 규모로 판(2566억원 순매도) 종목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담은 종목들이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외국인은 2월부터 IT 부품주와 내수주 등을 중심으로 '사자'에 나섰다. 7월에는 포털 및 게임주, 자동차주, 배당주등을 포트폴리오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지난 2월부터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1조8813억원)였다. 시황이 견조한 D램 메모리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삼성전자보다 높고, 2분기 실적 가시성이 뛰어나다는 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된 덕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해당 기간 IT주 중에서는 삼성전기(8465억원 순매수)와 LG전자(2719억원 순매수)·삼성SDS(3071억원 순매수), 중국소비주로 간주되는 호텔신라(3806억원 순매수)·신세계(3582억원 순매수)·엔씨소프트(3418억원 순매수), 지주사인 LG(3170억원 순매수)·SK(2119억원 순매수)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2분기에는 삼성전기(7480억원 순매수)가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라 선호도가 강화됐고, SK하이닉스(5383억원 순매수)가 그 뒤를 이었다. 아모레퍼시픽(2538억원 순매수)·SK텔레콤(2373억원 순매수)·LG이노텍(2365억원 순매수)이 10위권에 들어갔고, 호텔신라(2961억원 순매수)·신세계(2717억원 순매수)·삼성물산(2587억원 순매수)·LG(1915억원 순매수)·SK(1905억원 순매수) 등 대체로 유사한 종목이 매수 상위에 올랐다.
7월에는 1위에 오른 NAVER(844억원 순매수) 등 포털과 엔씨소프트(394억원 순매수)·넷마블(155억원 순매수) 등 게임주에 관심이 쏠렸다. LG이노텍(672억원 순매수)과 삼성전기(522억원 순매수) 등 IT 부품주에 대한 수요는 이어졌다. 기아차(369억원 순매수)·현대모비스(195억원 순매수) 등 자동차주와 KT&G(496억원 순매수)·한국가스공사(324억원 순매수) 등 배당주로도 매수세가 몰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외국인 귀환의 전제조건으로 미중 무역전쟁 완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안정을 꼽았다.
방인성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해 1000원대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외국인은 2분기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장기 추천업종은 화장품, 의류, 완구, 호텔·레저서비스, 유통"이라고 밝혔다.
노 연구원은 "지난 5년간 신흥국 자금 유출입과 달러화지수 간 상관계수가 -0.53에 달한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신호는 결국 달러화 약세 전환"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달러화 강세 기간을 늘렸지만 해당 이슈가 완화되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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