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누가 대통령을 속이고 있나

입력 2018-07-10 18:08
文대통령, 일자리 만들려면
'촛불세력' 국정 개입 막고
참모들 인적 쇄신 단행해야

조일훈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자인가. 그렇다. 애국자이지 않을 리가 없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 없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가짐 없이 그 고된 여정과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인도에서처럼 국내 일자리도 늘려달라”고 당부한 것도 애국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건설한 휴대폰 공장을 보면서 국내 50만 명의 청년 실업자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 ‘더불어 잘사는 세상’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치장된 국정철학을 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겠나. 하지만 현실 속의 정책은 대통령의 애국심을 철저하게 배반하고 있다. ‘친노동-탈원전-소득주도성장-재정확대’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민생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으며, 경쟁력을 갖춘 개방경제를 유지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현 정부의 핵심정책들은 한결같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친노동과 소득주도성장은 생산성을 넘어서는 고임금, 탈원전은 에너지 비용 상승, 재정확대는 세금 인상으로 각각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해외에 물건을 팔아서 먹고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수출 없이 내수를 돌릴 수가 없는 구조다. 그런데 모든 정책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의 핵심 이익을 지킬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의 무지막지한 관세폭탄과 시진핑의 야멸찬 사드 보복을 떠올려보면 안다.

문 대통령은 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애국심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누가 우리를 존중해주고 있나. 여태껏 무엇으로 나라와 국민 자존심을 지켜왔나.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시대착오적인 이념투쟁이 아니라 우리의 아들딸들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국가 능력에 있다.

재벌개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수출기업이라고 봐주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밉다고, 크다고, 전 정권에 협력했다고, 지금껏 잘 먹고 잘살아 왔다고 닥치는 대로 압수수색하고, 소환하고, 잡아넣으면 버텨낼 기업이 없다.

이미 일부 정책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을 실업과 도산의 늪으로 밀어버린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기 대책도 뒤죽박죽이다. 한쪽에선 경기를 살린다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다른 한쪽에선 서민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부동산 경기를 죽여버린다. 집값 잡는다면서 바닥경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외면하고 있다. 신혼부부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하면서 복지부문 재정 곳간도 활짝 열어젖힐 태세다. 나중에 그 국가 빚을 누가 갚아야 하나. 아이 낳는 게 더 망설여지지 않겠나.

이대로 가면 문 대통령의 애국심은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폭주하는 ‘촛불세력’들의 국정 개입부터 막아야 한다. 참여연대 민노총 전교조에 권력을 나눠주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 아니다. 그리고 참모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참모가 교체 1순위다. 연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라는 내용의 원고를 써준 참모부터 바꿔야 한다. 대통령을 속이는 전형적인 거짓말이다. 이제는 광주시장이 된 이용섭이 지난 2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퇴했을 때 관가에 이런 촌평이 나돈 적이 있다. “정말 영리한 사람 아닙니까. 일자리 성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미리 출구를 찾아 나섰네요.”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