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총대 멘 홍영표

입력 2018-07-10 17:54
‘대기업 정책’ 변화 조짐

주목받는 실용주의 노선

최저임금 사회적 합의 강조
탄력근로 확대 적극 주장
"균형감각 돋보인다" 평가


[ 김우섭 기자 ]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는 게 옳은 정책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중간 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겁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중견기업 CEO는 “공무원이나 기존 정치인에 비해 산업 현장에 대한 균형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지난 5월 홍 원내대표 취임 후 ‘현실과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가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에 총대를 메고 기업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사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노동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기업이 죽겠다고 하소연한다”며 “국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넓혀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착되도록 (기업을) 돕겠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는 업무가 몰릴 때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업무가 적을 땐 반대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제도다. 단위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이 업종 특성에 근로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노동계와 고용노동부는 반대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어떻게 노동계만 대변하는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기업인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투자가 늘어나야 경제가 선순환 구조를 갖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들이 기업인과 만나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후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기업인의 애로를 들었고 반도체 제조기업인 아이에스시(ISC) 등 개별 사업장도 찾았다. 민생 현장 점검에 나서기 위해 당내 의원 52명으로 구성된 ‘민생평화 상황실’도 지난 3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당·정·청 관계에선 주도적으로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신산업·신기술 사업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혁신 5개 법안(규제 샌드박스 5법)의 조기 입법을 약속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공전 속에서도 자유한국당과 이들 법안의 통과를 물밑에서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정치인으로서 홍 원내대표는 실용주의에 가깝다”며 “산업 현장과 노조, 정부에서 일해본 경험을 통해 현실과의 균형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