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後
5월 법정관리 위기 잊었나
"774명 직접고용 명령 지켜라
카젬 사장 올 때까지 점거 계속"
고용부 '판단 번복'이 갈등 키워
수년간 문제 없다더니 불법 낙인
한국GM, 행정소송 제기 검토
"일감 부족에 채용 여력 없는데
고용압박 땐 벼랑 끝 내몰릴 수도"
[ 장창민 기자 ]
한국GM(사장 카허 카젬) 비정규직 노동조합원 40여 명이 9일 사장실에 들이닥쳤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정규직 노조원들이 성과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순 데 이어 두 번째 불법 점거다. 업계에선 비정규직 노조의 과도한 강경 투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위기에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 문턱에 들어선 한국GM이 ‘노조 리스크’로 다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사내하도급 774명 직접고용 요구
한국GM 비정규직 노조원 4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인천 부평공장에 있는 사장실을 무단 점거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한국GM 경남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774명을 불법 파견으로 판정하고 직접 고용하라고 한 행정명령을 지키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도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과 만나 직접 교섭하겠다”며 “사장이 올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카젬 사장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다른 사무실로 옮겨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사장실을 점거하고 직접 고용을 요구한 이유는 5월 고용부의 근로감독 결과 때문이다. 당시 고용부는 한국GM 창원공장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달 3일까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한국GM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매량 급감으로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들여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평공장 비정규직 900여 명의 추가 직접고용 압박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GM은 최근 77억4000만원(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업계에선 고용부의 ‘판단 번복’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GM은 과거 공장에서 원·하도급 근로자 간 커튼을 치는 식으로 분리·운영해 불법 파견 논란이 일자 2007년부터 조립 공정을 아예 따로 운영했다. 고용부는 2014년 창원공장 사내하도급 운영을 놓고 적법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부가 수년간 문제 없다고 판단해온 도급 운영 방식을 이제 와 다시 문제삼으면서 논란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국GM은 행정소송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조조정 효과 사라지나
한국GM은 지난 2월13일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돼 법정관리 문턱까지 내몰렸다. 약 석 달 만인 5월 초에야 노사가 극적으로 희망퇴직 및 복리후생비 절감 등을 담은 자구안에 합의하면서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GM에 빌려준 대여금 27억달러(약 2조91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GM과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10년간 43억5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뉴머니)도 투입하기로 했다.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건 지 두 달 만에 다시 ‘노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생산·판매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국GM의 기존 구조조정 효과마저 반감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희망퇴직과 직원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통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이 같은 효과가 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회생 방안은 인건비와 차입금 이자 등 고정비를 줄여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노조 리스크로 미국 본사가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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