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판도 흔드는 GA
(1) 보험 판매 '공룡'으로 떠오른 GA
GA, 10년 만에 1200개 ↑
국내 1위 GA코리아
설계사 수 손보업계 2위
초대형社 매출 1200억 넘어
영업 잘하는 전속 설계사
다양한 상품 팔 수 있고
수수료도 높아 GA로 이동
"GA 영향력 더 커질 듯"
[ 서정환 기자 ]
보험 독립법인대리점(GA)이 ‘보험 상품 판매 공룡’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험회사들이 구조 개편을 위해 설계사 수를 줄이는 와중에 GA가 ‘블랙홀’처럼 설계사들을 끌어들여 몸집을 불린 결과다. 국내 GA 1위 업체인 GA코리아의 설계사 수(1만4498명)는 손해보험업계 기준으로 삼성화재(1만9500여 명)에 이어 2위다. GA의 위상이 커지면서 GA가 어떤 보험사를 밀어주고, 어떤 상품을 주로 파느냐에 따라 보험 판매 순위가 오락가락할 정도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GA
GA 소속 설계사는 2007년 말 10만2000명에서 지난달 말 22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GA 소속 설계사는 2015년 말 기준 20만4000명으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20만3000명)를 앞질렀다. 이후 격차는 더 벌어져 최근엔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전속 설계사보다 4만 명가량 많다.
GA 수는 2007년 말 3464개에서 작년 말 4482개, 지난 3월 말 4610개로 불어났다. 특히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는 2007년 말 16개에서 3월 말 55개로 늘어났다. 설계사 수가 3000명을 웃도는 초대형 GA만 12개에 이른다.
초기 GA는 보험사 출신 설계사가 분리·독립해 출발했다. GA코리아는 옛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출신 지역단장·영업소장들이 모여 설립했다. 천재석 GA코리아 마케팅본부 상무는 “2015~2016년에는 한 달에 설계사가 500명 이상 증가한 적도 있다”며 “2007년 설립 후 10년 만에 설계사 수가 1만5000명에 가까울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8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둔 업계 4위 업체 인카금융서비스는 현대해상 출신이, 5위 케이지에이에셋은 교보생명 출신이 세웠다. 피플라이프와 에이플러스에셋은 삼성생명 출신이 주축이다.
GA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GA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5305억원에 달한다. 소속 설계사 수가 3000명 이상인 12개사는 모두 지난해 12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설계사에게 상당 부분의 수수료를 떼 주는 구조다 보니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열악하지만 에이플러스에셋은 지난해 매출이 105억원으로 100억원을 웃돌았다.
GA는 보험의 ‘대형 마트’
GA가 고속 성장한 것은 보험사 전속 설계사가 대규모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이 보험사에서 GA로 오면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이 크게 늘어난다. 이상윤 메트라이프생명 GA담당 전무는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살 때 삼성디지털프라자(전속 설계사) 대신 하이마트(GA 설계사)로 가는 것과 같다”며 “영업력을 갖춘 설계사는 GA에 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A의 높은 판매수수료도 설계사를 빨아들인 요인이다. 상품군별로 다르지만 보험을 팔면 월납 보험료의 400~500%를 다음달 판매수수료로 받고, 보험계약이 13개월 유지되면 첫해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전속 설계사에 비해 2~4배가량 수입이 많다.
보험사들의 GA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전체 원수보험료 중 GA가 차지한 비중이 60%를 넘었다.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KB손보 등도 50%에 달했다.
보험사들의 새 회계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이 다가오면서 GA 판매 채널을 활용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마당에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전속 조직을 육성하거나 규모를 확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임원은 “지점 유지비, 교육비 등 자체 영업망 구축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감안할 때 GA 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더라도 GA에 판매를 맡기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화재는 GA망을 적극 활용해 장기 인보험 실적(초회 보험료 기준)에서 삼성화재와 월별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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