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에 대한 네티즌의 냉철한 의견을 공유하고 전문가와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30대 아들의 결혼을 앞둔 예비 시어머니 A씨의 예물 관련 사연이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A씨는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예비 며느리 때문에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편과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벌은 아니지만 아들이 결혼할 때 집 한 채 도움을 줄 형편은 되는 정도다. 사돈과 상견례도 했고, 결혼 준비는 순조로워 보였다.
A씨는 최근 아들 명의로 4억 원대의 아파트를 장만해 줬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세대였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다. 집 장만이라도 해주면 엄마와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큰 건은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아들은 예물을 맞춰야 한다면서 백화점에 가자고 했다.
A씨는 아파트를 구입하며 예상보다 큰 지출을 했기에 여유자금이 충분치는 않았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5부 정도로 마무리 짓고 싶었던 것이 속마음이다.
반지를 고르던 예비며느리는 A씨에게 "요즘 5부 받고 결혼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친구들은 다 2캐럿씩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가 다이아몬드 2캐럿 가격을 알아보니 1억 6천만 원 가량. 아들과 예비 며느리에게 "고민 좀 더 해보자"고 말하곤 집에 올 수밖에 없었다. 집에 오는 길, 예비 며느리의 표정은 잊을 수 없다.
아들은 도리어 "엄마는 며느릿감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고 물었다. A씨는 "진짜로 다른 집은 그 비싼 반지를 다 해주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아들은 "다들 그 정도 한다"면서 "엄마 때문에 결혼이 깨지면 책임질 거냐"며 속도 모르고 쏘아붙였다.
아들을 달래고 예비며느리와 약속을 잡아 백화점을 다시 갔다. 이번엔 명품 까XX에 매장이다.
예비 며느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반지, 시계, 팔찌, 목걸이, 귀걸이 등을 고르며 "어머님 요즘 어렵다고 들어서 스몰 웨딩으로 하려고요"라고 인심 쓰듯 말했다.
그는 "너 나한테 돈 맡겨놨냐"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꾹 참았다. A씨는 또 "고민해보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예비 며느리의 낭비벽이 심한 것 같아 고민이다. 원하는 대로 값비싼 예물을 다 해줘야 할지, 아들을 이대로 결혼시켜야 할지도 고민이다.
하나뿐인 아들, 상처 받을까 봐 걱정이 되지만 이대로 며느리를 맞이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결혼을 경험한 네티즌들은 4억에 달하는 아파트를 사줬으니 예단을 요구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예단 리스트를 며느리에게 보내면 된다. 현금 예단, 현물 예단, 가전, 가구 리스트도 뽑아주면 더 좋다. A씨도 '내 지인들은 다 며느리에게서 이 정도 받았다. 간소화 한거다'라고 말하라"라고 조언했고 "집을 4억 해줬으면 예단은 2억 정도 받아라", "여자가 제 정신이 아닌 듯", "절대 집에 들여서는 안 되는 부류 같다", "며느리 불러 예단 목록 뽑아 주고 밍크코트, 명품 가방 등을 요구해 봐라. 며느리 안색 변할 듯", "장성한 딸 아이 입장에서 집도 해주면 감사한 마음일 텐데, 정상적인 여자가 아닌 듯하다", "외아들 키우는 입장에서 저런 며느리 얻을까 봐 걱정"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 했다.
이혼전문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남녀가 사랑하고 만나면서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결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싸우고 심지어는 결혼 후에도 이 문제로 다투거나 이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위 사례에서 시부모님은 나름 최선을 다해서 결혼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며느리가 과하게 예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들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신의 능력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원하는 것을 사주지도 않을 것이면서 부모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법적으로도 부모는 자녀가 성년이 되는 만19세까지 잘 키워주고 교육시키면 부양의무를 다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는 결혼하는 자녀를 위해 집이나 예물을 해줄 법적 의무가 없다. 하지만 자녀와 예비 며느리가 어느 선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부모를 원망하거나 불만을 느낄 경우 심각하게 결혼 여부를 고민해보기 바란다"면서 "우리나라 현실상 집 값이 너무 비상식적인 가격이라 부모님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니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 효도하고 더이상의 부담드리지 않는 선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집을 장만해 주고 예물도 해준 결혼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경우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이 변호사는 "만에 하나 이 사건이 이혼법정으로 가면 이미 며느리에게 증여한 예물을 반환받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는 결혼 비용도 마찬가지다.
이 변호사는 "아들에게 증여한 집도 아들이 불효한다고 소송으로 반환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금액으로 결혼을 준비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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