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여름철 눈 건강 지키기
백내장 증상은
사물이 뿌옇거나 흐리게 보여
초기에 야외 나가면 눈부셔
근거리 시력 좋아지면 의심을
급성 녹내장 초래하기도
안구 길이 짧을수록 발생위험 커
두통·구토 심한 백내장 환자 주의
정기검진 통해 소중한 눈 지켜야
개선 방안은
합병증 위험 낮아 수술 만족도 ↑
상담 통해 인공수정체 삽입을
외출 시 선글라스·모자 필수
[ 이지현 기자 ] 여름철 자외선 노출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피부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일광 화상을 입기도 한다. 눈에도 영향을 미친다. 백내장 위험이 높아진다. 투명한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고령일수록 환자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40대에 백내장 진단을 받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백내장 증상과 치료법,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65세 이상 백내장 유병률 90%
백내장은 눈에서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흐려져 혼탁해진 상태를 말한다. 백내장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그렇다고 고령층만 걸리는 질환은 아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국내 40대 백내장 유병률은 11.1%다. 10명 중 한 명이 환자라는 의미다. 50대 유병률은 35.7%다. 65세 이상은 90%에 이른다.
백내장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큰 원인은 자외선이 눈 속에 활성산소를 생성해 몸 안의 산화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이때 수정체 단백질이 변성돼 흰색이나 황색으로 변한다.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백내장 발병률이 3배 이상 높다. 외상을 당하거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생기기도 한다. 수술을 받았거나 포도막염이 있을 때,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을 때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강규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이 생기면 빛이 수정체를 통과하지 못해 뿌옇거나 흐리게 보이는 시력저하가 나타난다”며 “이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실제 백내장이 있어도 안구에 통증이 생기거나 분비물이 나오는 등의 증상이 없어 심해지기 전까지 알아채기 어렵다. 다만 40대라도 갑자기 눈이 침침해진 느낌이 들거나 답답하다면 안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백내장이 있으면 한쪽 눈을 감고 사물을 응시했을 때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는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은 안경이나 돋보기를 껴도 나아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노안 증상과 달리 근거리 시력이 좋아져 가까이에 있는 사물이 잘 보이거나 낮보다 동공이 커지는 밤에 시력이 좋아지기도 한다. 백내장이 있는지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다.
초기에는 심한 눈부심 증상도
백내장 초기에는 시력이 정상인데도 햇빛에 나가면 심하게 눈이 부신 증상을 호소한다. 나이가 들면서 질환이 심해지면 시력이 크게 떨어진다. 백내장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인공수정체는 교체할 필요 없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외선을 차단하고 난시, 노안을 함께 교정하는 인공수정체도 나왔다.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을 동시에 잘 볼 수 있는 다초점인공수정체도 있다. 이 수정체를 넣으면 돋보기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다초점수정체는 단초점수정체보다 선명도, 대비감도가 떨어진다. 세밀한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은 수술 후 만족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밤에 불빛을 보면 눈이 부시고 달무리가 지는 현상 때문에 야간 운전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눈을 사용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한 뒤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백내장 진단 환자 중 수술해야 하는 환자는 15% 정도다. 백내장 때문에 멀리서 사람을 보고도 인사를 못한다거나 TV 자막이 흐리게 보이고, 골프를 치는데 공이 잘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 환자가 수술받은 뒤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면 인지기능이 좋아지고 우울증도 호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백내장 수술은 합병증 위험이 낮기 때문에 부작용을 걱정해 수술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안과 의사와 상의해 인공수정체와 도수를 잘 선택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백내장 증상 따라 녹내장으로 이어져
일부 백내장은 급성 녹내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 결손이 생기는 질환이다. 눈 속에는 눈의 형태와 안압을 유지하고 각막,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다. 방수는 각막과 홍채, 수정체 사이 전방이라는 공간 속에서 계속 순환한다. 일부 백내장 환자는 수정체 부피가 커지면서 안구 속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이때 수정체 앞에 있는 홍채가 밀리면 방수가 나가는 통로가 막혀 녹내장이 생기기도 한다.
백내장으로 인한 녹내장은 안구 속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을 때 쉽게 생긴다. 안구 길이가 짧은 환자일수록 발생할 위험이 크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안구 전방이 좁다. 급성 녹내장이 생기면 안구 통증이 심해지고 발작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신경이 많이 손상되기도 한다. 백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정기적으로 진행 정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 두통이나 편두통, 구토 등 소화장애 증상이 있는 50~60대 백내장 환자라면 급성 녹내장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김미진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일부 백내장이 녹내장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두 질환 모두 초기 자각증상이 없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40대부터는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눈에 이상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 챙겨야
노인성 백내장은 노화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자외선 노출을 줄이고 항산화 작용이 있는 비타민제를 복용하면 예방에 도움된다. 백내장을 지연시키는 안약이나 먹는 약으로 진행을 늦추기도 한다.
눈이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외출할 때 선글라스, 모자 등을 쓰는 것이다. 구름이 끼거나 흐린 날에는 구름에 반사된 자외선 때문에 맑은 날보다 자외선 복사량이 늘 수 있다. 해가 보이지 않더라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외출할 때 선글라스를 챙겨야 한다. 전 교수는 “교통 경찰관처럼 하루 종일 야외에서 일하는 직업군은 선글라스 색이 너무 진하면 동공이 확장돼 자외선 유입량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며 “착용한 사람의 눈이 들여다보이는 정도의 선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자외선 차단지수가 100%인 UV코팅렌즈로 된 제품을 사용하고 챙이 있는 모자나 양산을 함께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김미진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 강규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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