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해마다 생산량의 2.3% 누출
4% 달하면 석탄보다 기후 악영향
[ 박근태 기자 ]
청정에너지로 평가받아온 천연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또 다른 원인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이자 강력한 온실가스이기도 한 메탄이 공기 중으로 많이 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탄은 비중이 0.55~0.68로 공기보다 가벼워 대기 중에 쉽게 확산된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더 큰 물질이란 점에서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내 석유 및 천연가스 업계에서 해마다 누출되는 메탄양은 연간 총 메탄 생산량의 2.3%에 이른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추정치보다 60%나 높다.
과학자들은 2.3%라는 수치가 작아 보이지만 이를 가스양으로 따지면 1300만㎥로 미국 내 1000만 가정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메탄 누출량은 누출의 정도와 그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기 위해 과학자와 업계 등이 참여해 5년간 진행한 연구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탄은 개발되지 않은 대륙붕 등에서 공기 중에 누출된다. 가축의 트림, 비료, 논, 매립지, 툰드라 지역에서도 배출된다. 여기에다 석탄보다 깨끗한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천연가스 이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메탄 누출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가 증가해 천연가스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천연가스를 발전연료로 쓰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를 연소시키면 석탄을 태웠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천연가스 수요처에 고용량 천연가스를 보내는 고압배관 길이도 점점 늘어나 그만큼 누출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실하게 정비된 파이프, 밀봉제, 저장탱크는 물론 가스저장시설에 설치된 낡고 오래된 장비에서도 누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기후학자들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뽑아낸 천연가스의 누출률이 전체 생산량의 4%에 이르면 천연가스가 석탄에 비해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2013년 보고서를 통해 덴버와 유타에선 천연가스 생산량 중 각각 4%와 9%가 해마다 공기 중으로 누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발전소를 비롯해 글로벌 산업계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전체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천연가스 발전소의 경우 주성분인 메탄이 완전 연소하기 전에 대기 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메탄은 20년간 공기 중에 머물며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지구 온도를 높이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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