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멀티에셋 사모펀드 통해
상장 前 지분에 1200억 투자
"DJI 기업가치 10조 이상 평가"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투자 이어
中 유니콘 기업에 거액 베팅
[ 정영효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 5일 오후 11시30분
미래에셋대우가 세계 최대 드론(무인항공기) 기업 중국 DJI의 주주가 된다. 지난 5월 2800억원을 투자해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또 한 번 중국의 대표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셈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DJI의 상장 전 지분투자(IPO)에 1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회사 측과 막판 조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달 중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비상장 기업인 DJI의 지분을 미리 사들였다가 향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회사의 성장성을 믿고 더 길게 보유하는 투자다.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자산운용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만드는 사모펀드 ‘멀티에셋 글로벌프라이빗에쿼티’에 1200억원을 투자하고 이 펀드가 DJI 지분을 사들이는 구조다. 현재 DJI의 기업 가치는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미래에셋대우가 확보할 지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알리바바’가 될 수 있는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선점해 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IB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DJI는 상장 전까지 5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어서 ‘돈을 대겠다’는 글로벌 대기업이 줄을 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JI는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드론 분야 절대 강자다. ‘세계 최초의 드론 억만장자’로 불리는 왕타오 최고경영자(CEO)가 2006년 중국 선전에서 회사를 차린 지 12년 만에 종업원 수 6000여 명의 거대 기업이 됐다. 2009년부터 매년 3~4배씩 증가한 매출이 지난해는 3조원(약 28억달러)을 돌파했다.
샤오미 알리바바 등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애플과 아마존 등이 차지한 시장의 후발 주자로 뛰어든 것과 달리 DJI는 드론 시장 초창기부터 독창적인 기술력으로 세계를 주도했다. ‘드론 시장의 애플’로 불리는 이유다.
2013년 카메라가 달린 소비자용 드론인 ‘팬텀’ 시리즈는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도 10만원대의 저가에 출시돼 드론 대중화를 이끈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중국의 유명 영화배우 장쯔이가 남자 친구 왕펑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을 때 DJI의 드론이 9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운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서 지난 5월 네이버와 공동으로 2800억원을 투자해 디디추싱 지분 약 0.5%를 사들였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양사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맞교환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후 3월 아시아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2000억원짜리 펀드를 조성하는 등 아시아 IT,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공동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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