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출산휴가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커피숍 등 자영업자와 학습지 교사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급여 혜택을 받게 된다. 만 8세 미만 아동의 부모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1세 아동의 의료비는 사실상 사라지고, 돌보미 지원을 받는 신혼부부 자녀는 지금보다 2배 많아진다. 아빠의 출산휴가도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아동 성장 지원, 차별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산휴가급여 확대…만 1세 미만 아동 의료비 사실상 0원
우선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지금까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캐디, 신용카드모집인 등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 단시간근로자는 출산휴가 90일간 별다른 급여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이들은 월 50만원, 총 1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받는다.
새 제도의 혜택을 보게 될 여성은 약 5만명이다.
만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는 사실상 없어진다.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현재보다 66% 경감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이 카드는 원래 임신·출산 진료비 결제용이었으나 앞으로는 아동의료비 결제도 가능해진다. 카드 한도액도 단태아 기준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된다.
아이돌봄 서비스도 확대된다. 현재는 3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442만원(중위소득 120%) 이하이면 아이돌보미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53만원(중위소득 150%)까지도 지원 대상이 된다.
◆미취학아동 부모 근로시간 단축…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또한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임금 삭감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근로 단축 기간은 최대 2년이다.
필요에 따라 하루 5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으며, 이 중 1시간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준다.
이렇게 되면 육아휴직 1년 후 복귀한 부모도 눈치 보지 않고 근로시간을 1년간 단축할 수 있게 되고, 육아휴직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중소기업도 큰 부담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권장할 수 있게 된다.
또 남성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내에 이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성에게 첫 3개월간 지급하는 급여를 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남편이 받는 유급 출산휴가는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유급휴가 5일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임금을 대신 지급한다. 또 출산 후 90일 이내에서 휴가를 분할 사용하도록 해 편의를 높인다.
◆한부모·미혼모 혜택 늘려…차별 방지
한부모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한부모가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아동의 연령을 14세에서 18세로 상향하고 지원액도 월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높인다.
비혼 출산과 양육이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미혼모가 자녀를 기르던 중 아버지가 자녀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종전의 성(姓)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사실혼 부부도 법적 부부와 마찬가지로 난임시술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출산율 지향 정책에서 삶의 질 개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라며 "2040세대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되, 결혼·출산·양육의 경로를 선택할 때 국가지원을 강화하고 모든 출생을 존중하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출산율, 출생아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출산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목표를 세우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8000명으로 역대 최저였고,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출산율은 1.0 아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는 32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상황을 맞아 내놓은 대책치고는 무게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책에 드는 비용은 한해 9000억원 정도로, 예산으로 보면 대규모 사업은 아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많아 일부 사업은 내년 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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