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지출명세서 첫 공개
경조사·회식비·행사비 등 사용
[ 박종필 기자 ] 국회가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채 매년 80여억원의 ‘돈잔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장,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이 이 돈을 나눠 쓴 것이다.
참여연대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국회 특활비 지출명세서를 공개하기로 하고 이보다 하루 앞선 4일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2015년 5월 참여연대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3년간 법정 소송을 거듭하며 최종심(대법원)에서 승소해 얻어낸 것이다. 영수증 첨부가 필요치 않아 ‘쌈짓돈’이라 불리며 소문만 무성했던 국회의 특활비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에는 18·19대 국회 당시의 특활비 지급 현황이 망라돼 있다. 3년간 국회 특활비로 지출된 금액은 총 240억원, 한 해 평균 80억원 수준이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2000~3000만원 정도의 특활비를 매달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월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달간 교섭단체 활동비·교섭단체 정책지원비로 받아간 금액은 3520만원이었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때 매월 2600만원 정도의 특활비를 원내대표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 상임위원장 17명은 매달 600만원의 특활비를 상임위 활동비 명목으로 타갔다. 비상설 상임위인 예결위와 윤리위 위원장도 각각 600만원의 특활비를 가져갔다. 이 돈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비(非)회기 기간에도 지급됐다. 법사위원장은 이보다 많은 1000만원을 받았다. 특히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10월이 되면 상임위마다 5300만원 정도의 특활비가 추가됐다.
당시 상임위 위원장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600만원이 나오면 200만원은 상임위원장실에서, 나머지 400만원은 여야 간사가 나눠 가졌다”고 회고했다. 특활비는 회의 진행비, 경조사 때 보내는 화환, 의원 간 회식비 등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의원들도 ‘균등 인센티브’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을 챙겼고 각종 의원 연구모임이나 의원외교 때 역시 거액의 특활비가 나왔다. 2011년 의원외교에 쓰인 돈은 6억3800만원, 2013년엔 6억3100만원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에 비해 20대 국회에서는 많이 삭감됐다고 하지만 현재의 특활비 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