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재산세 區에 분배하는 서울시 모델, 전국에 적용
지자체에 재정분권 책임 확실히 물을 안전장치 고민
공무원 채용 과다 우려 알아…상황 봐가며 조절
주한미군 철수?…美 아시아 전략 그리 간단치 않아
[ 이해성/박진우 기자 ]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그동안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으로 대한민국의 토대를 쌓았다면 앞으로는 지역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에너지와 창의성을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지방(재정)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김 장관의 발표 주제는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였다. 김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 대한민국이 처한 여러 위기 가운데서도 가장 큰 위기는 지역별 양극화”라고 규정했다.
김 장관은 “나라가 잘되면 모두 잘된다는 근대적 사고방식은 이제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지역 산업과 문화, 역사에 스토리를 입혀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채용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목표치는 있지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 인원을 조정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골고루 잘 살아보자는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방분권이 강화될 때 성장이 지체되고 지역 불균형이 오히려 커진다는 분석이 많다.
▶김 장관=지방분권이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제법 많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 해체’ 개념이 아니라 책임을 함께 나눈다는 차원이다. 돈을 퍼주고 알아서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성장에 대한 악영향은 전문가들 의견을 더 살펴보겠다.
▶김태기 교수=지방분권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정책 남발과 재정 낭비를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를 말하는데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이해관계를 같이하지 않나. 정책 실패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어떻게 물을 수 있나.
▶김 장관=지방분권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다. 소위 토호들의 난장판이 되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역 개발을 빌미로 누가 부패와 비효율의 고리가 되는지 대부분 알고 있다. 다만 단속 의지가 없었을 뿐이다. 지역 언론, 검찰, 법원, 경찰 다 마찬가지 아닌가. (공공질서에 관여하는 주체들이)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모두 정치적 책무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입법으로 제어하면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윤희숙 KDI 국제대학원 교수=국내 지방자치는 제도는 충분히 분권적인데 실질적으로 중앙에 예속된 기형적 구조다. 또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지방공무원들이 일을 못할수록 (교부금 등)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이를 먼저 고쳐야 한다. 지방자치 성과를 평가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공무원 월급을 동결하는 등 ‘지자체 파산제도’를 도입할 생각은 없나. 선진국은 이미 하고 있고 학계에선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김 장관=(지자체 파산제 취지에) 동의한다. 책임지지 않는 분권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세수 확대 등) 열심히 일하는 지자체에는 혜택이 없고 그렇지 않은 곳은 이전재원이 할당된다. 기획재정부와 상의해서 어떻게든 (저성과) 지자체의 분발을 촉구하고 사후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현재도 특별교부금은 용처를 속이는 등 사용 의무를 해태한 경우 페널티를 주고 있다. 지방의원에게도 일에 대한 채무의식을 느낄 수 있게 전문 역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경제학회장)=자유에 대해선 책임이 따라야 한다. 지자체 역시 조례를 통해 탄력세를 도입할 여지가 있음에도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 또 지방재정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중앙의 지방교부세 분배를 (기획재정부가 아닌) 행안부가 나서서 해보는 게 어떤가.
▶김 장관=(행안부가 분배권 행사 시) 어떤 효과가 있을지 파악해보겠다.
▶김태기 교수=재정분권 전략 가운데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지방소비세 일부를 전국에 배분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 방침이 있다. 구체적 계획이 있나.
▶김 장관=서울도 재산세는 자치구가 걷지만 구마다 편차가 워낙 커 구가 나눠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모델을 전국 단위로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재정분권을 달성하려면 (법인·개인)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경우 현재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재정 여건이 더 유리해진다. 늘어난 재원을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확대 출연해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배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올해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과학계에선 세종의 과학기술 혁신 리더십에 관심이 많다. 지역혁신 성장 차원에서 과학기술 리더십을 보자.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데이터’는 모든 혁신성장의 기본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상업적 활용이 서로 부딪히는데 이게 해결이 안 되면 지역 주도든 국가 주도든 혁신성장은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만 하더라도 소관부처, 위원회가 너무 많다. 조속한 시일 내에 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해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정해야 한다.
▶김 장관=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가맹점 중 개인식별정보가 제거된 ‘익명정보’는 데이터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게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더 늦출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야 한다. 산업용으로 활용할 때 매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금융 의료 등 개인정보보호 분야가 굉장히 많아 개인정보보호법만 개정해서는 수많은 다른 법률과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통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껏 수만 명 샘플을 조사하다 보니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신용카드사 빅데이터를 받아야 하는데 익명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이 안 된다. 특별법 체제가 필요하지 않나.
▶김 장관=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특별법으로 가서 정보활용 범위를 넓히면 빅데이터 접근도가 높은 대기업이 관련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 어려울 것 같다.
▶현정택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공무원 수를 늘리는 걸 기조로 삼았다. 대통령 공약대로라면 매년 15만~20만 명씩 공공 일자리 종사자가 80만 명 늘어난다.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를 공무원으로 흡수하는 게 맞나. 민간 부문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김 장관=공약 목표치인 80만 명 증원은 공무원뿐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공무원 증원 규모는 중앙정부와 지방을 합해 17만4000명 정도다. 소방관, 복지 분야 공무원, 의무경찰 폐지로 인한 경찰공무원 증원, 군 부사관, 학교 내 비교원인력(심리상담원 등) 등을 중심으로 늘리고 있다. 국회에서 반대하는 공무원 증원 사안에 대해 강행할 의사는 없다. 다만 1953~1963년생 ‘베이비부머’ 자녀 세대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와 있는데 부모와는 달리 가혹한 조건에 처해 있다. 기업에서 이들을 모두 감당하기엔 여력이 없다. 잠시 공공 부문이 (일자리) 저수지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이상만 중앙대 명예교수=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마중물 역할만 하고 지자체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김 장관=지자체가 모아 놓은 남북경협자금이 수백억원밖에 안 된다. 일본 등 주변국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함께 큰 틀에서 투자해야 한다. 지자체로서는 농업기술 전수, 분유공장 등 맞춤형으로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기술력이 강한 곳이 먼저 진출할 수 있게 돕고 싶은데 북한 측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중구난방이 돼선 안 되니 통일부가 전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경협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하도록 하는 게 맞다.
이해성/박진우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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