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에 5000만원 투자하는데 금융부자냐"… 연금·금융소득으로만 사는 은퇴자 '분통'

입력 2018-07-04 17:46
금융소득 과세 강화 논란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땐 은퇴생활자·투자자 직격탄

ELS 5000만원 투자하면
年 7% 만기 3년 연장 땐 수익 1000만원 넘어가
과세 대상되며 추가 稅부담

퇴직금 굴려 먹고 사는데
피부양자 자격도 박탈
건보료 폭탄까지…소득 '뚝'


[ 송종현/김일규/윤희은 기자 ]
기획재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늘리라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권고에 제동을 걸었지만 중장기적으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하향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재부가 방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년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반대 의견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금융소득 연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와 근로소득 등이 없이 연금과 금융소득으로만 생활하는 고령층의 은퇴생활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ELS 투자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 예금처럼 1년마다 수익금이 꼬박꼬박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지나 한꺼번에 수익금이 잡히면 몇천만원만 투자해도 수익금이 1000만원을 웃돌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초 나온 연 7.4%짜리 ELS의 경우 3년 뒤 수익금이 나온다고 했을 때 5000만원만 투자해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 상품은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기회 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만기가 최장 3년 연장된다. 3년 뒤 조건이 충족돼 수익금이 상환되면 한꺼번에 1110만원(5000만원×0.074×3)이 지급된다.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고율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4일 서울 마포의 한 증권사 지점에서 만난 투자자 A씨(55)는 “5000만원을 투자해 수익을 얻었다고 ‘금융부자’라고 몰아붙여도 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세무사는 “올해 나온 ELS 중 기초자산이 3개인 상품들은 대부분 목표수익률이 연 7%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며 “만기가 2년, 혹은 3년까지 연장될 경우 수천만원만 투자하더라도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이 한꺼번에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연금과 금융소득만으로 생활하는 60대 이상 노년층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황재규 신한은행 세무사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1000만원으로 낮아지면 은퇴생활자 중 많지는 않더라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자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하향 조정되면 안 내던 건강보험료를 내거나 건보료를 더 지급해야 한다. 건보료는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매기는데 1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은 종합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김근호 세무사는 “건보료 부담에 발목 잡히는 은퇴자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원래 내지 않다가 10만원 넘게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아들딸에 얹혀 건보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금융소득 등 종합소득이 연간 3400만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그동안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는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준금액 인하로 1000만~2000만원의 금융소득이 종합소득에 더해져 3400만원을 넘기면 건보료 납부 대상이 된다. 기존 지역가입자도 금융소득 1000만~2000만원이 종합소득에 더해지면 건보료를 매기는 과세 대상 소득 자체가 늘어나 그만큼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이날 은행 WM센터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어떻게 되는지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미경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장은 “고객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고 직원들 도 대비책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득이 1000만원을 웃도는 투자자들은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것을 최우선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6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절세 혜택이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저축성보험, 신협과 새마을금고 예탁금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송종현/김일규/윤희은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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