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비중 55%
총수 지배력 확대에도 악용"
6일 지주회사제 개편안 마련
재계 "지주사 독자사업 없어
정상활동까지 부당거래라니"
[ 임도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지주회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현재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통해서다. 지주회사가 대주주의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1999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혜택을 주면서까지 장려하던 지주회사 정책은 180도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재계에선 지배구조 투명성을 내걸고 지주회사를 독려하던 정부가 이제 와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져 경영활동 위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3일 발표한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 결과’에서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포함) 간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 대비 평균 55.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업집단 소속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인 14.1%의 4배에 이른다.
공정위는 또 지주회사의 출자형태를 들여다본 결과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증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급격히 확대한 형태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총수일가가 소유한 지주회사가 직접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급속히 확대했다는 게 공정위 주장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공정거래법에 담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오는 6일 지주회사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토론회 등을 거쳐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한다. 국회에는 이미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채비율 제한을 100%로 강화하고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사업 관련성이 있는 손자(증손) 회사만 보유를 허용하고 복수 자회사의 손자회사 공동 출자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재계에선 지주회사의 장점은 보지 않고 단점만 지나치게 확대한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자체가 독자 사업이 없어 자회사 간 거래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데 정상적 거래까지 부당 내부거래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판단하면 지주회사 체제의 존립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제도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허용됐다. 이후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회사는 30%에서 20%로, 비상장회사는 50%에서 40%로 축소하고 지주회사의 부채비율도 종전 100% 이하에서 200% 이하로 완화했다. 정부는 세제혜택까지 주며 지주회사 전환을 유인했다. 이에 따라 LG SK 금호아시아나 CJ 등 주요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속속 전환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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