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선 인큐블록 CEO 인터뷰
지난해 생각하고 아이디어만으로 덤벼선 안 돼
치밀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로 장기적 수익구조 갖춰야
"블록체인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달라진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더 이상 암호화폐 발행으로 수익을 내고 거기에 의존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기업 인큐블록은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경고부터 보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업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조원선 인큐블록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투자 규모나 기술적 완성도 등 모든 부분에서 시장 기준이 달라졌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게 당연한 상황"아라고 짚었다.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도 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생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거나, 프라이빗 블록체인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암호화폐 발행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블록체인 규제에 투자 관심이 줄어든 현 상황은 업계의 미숙함이 원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조 CEO는 "블록체인 수요는 급증했지만 검증되거나 능력을 갖춘 업체는 드물었다"며 "프로젝트와 인물 모두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위험성도 높았다. 당시 상황은 투기였고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체가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리버스 ICO(암호화폐 공개)'가 주목받은 것도 검증되지 않은 이들의 위험성을 시장이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아이디어만 보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눈먼 돈을 만들어내는 일에 불과하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ICO로 모은 자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큐블록은 스타트업이 현실적 준비를 거쳐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전방위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도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작년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한 조 CEO는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들과 국내 스타트업을 연결해 성공의 DNA를 심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군의 고른 발전을 위해 다양한 기업을 입주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코인 개발 및 크립토 투자 벤처캐피털, 컨설팅 법률 자문 전문가집단, 블록체인 마케팅 홍보업체, 기존에 성공한 코인 재단의 한국지사 등도 입주할 예정"이라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기술·플랫폼·코인·거래소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한국은 거래소만 성장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CEO는 "인큐블록은 다양한 주체들이 모인 블록체인 허브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정부도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인큐블록을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 실험해 성공 사례를 하나 둘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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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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