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지지선 무너진 증시… 美·中 무역분쟁 격화에 대형 수출주 '휘청'

입력 2018-07-02 18:02
코스피 2300·코스닥 800 붕괴

현대차 등 209개 종목 1년 최저가
유가급등에 정유·화학주 낙폭 커
북핵 불확실성에 경협주 '우수수'

증권가선 '증시 바닥 논쟁' 가열


[ 오형주/강영연 기자 ]
코스피지수가 미·중 무역분쟁 우려에 된서리를 맞으며 2300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도 8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산적한 악재에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선 ‘증시 바닥 논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1년 최저가 종목 무더기

2일 증시에선 최근 1년 내 최저가를 기록한 종목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삼성생명 SK 등 209개 종목이 1년 최저가를 경신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219개가 나왔다. 유가증권시장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5.57%), 건설(-4.91%), 증권(-4.59%), 운수창고(-4.04%), 철강·금속(-3.88%) 등을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 특히 SK이노베이션(-6.93%) 에쓰오일(-6.39%) GS(-6.25%) 롯데케미칼(-5.17%) LG화학(-4.80%) 등 정유·화학 종목은 지난주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제마진 축소 우려가 제기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배경을 두고 미·중 간 무역전쟁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폭탄’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오는 6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에서 아직까지 별다른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불안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대형주 중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이 많아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인도 등 신흥국 중에서 내수 비중이 높은 국가로 투자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선 무역분쟁 와중에 잠재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변동성 장세 속에서 버팀목이 됐던 남북경협주는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와중에 몰래 미사일 제조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현대시멘트(-12.24%) 성신양회(-9.91%) 현대로템(-8.91%) 현대엘리베이터(-8.26%) 현대건설(-6.09%) 등 경협주가 대거 하락한 이유다.

외국인이 모처럼 소폭이나마 매수세로 돌아섰지만 지수가 크게 빠진 원인을 수급 문제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일평균 18조원에 달했던 증시 거래대금이 지난주에는 9조원대로 주저앉으며 반토막났다”며 “외국인 매도세보다 매수주체 자체가 부재한 것이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하락세를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 정치적 요인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여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주요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한층 더 심해지면서 투자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이와 관련된 대형주를 많이 매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바닥 “쳤다” VS “안쳤다” 팽팽

향후 증시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다수의 전문가가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악재가 산적한 만큼 섣부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전무는 “6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확정하기 전까진 변동성이 심한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와 같은 시스템적인 위기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 2300선을 지지선으로 등락을 오가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도 “6일 미국의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흔히 사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대신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주당매출액)로 코스피지수를 보면 아직까지 역사적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 급락으로 PSR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저평가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추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형주/강영연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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