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보류 권고했던 사찰 3곳도 포함
[ 서화동 기자 ]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천년고찰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달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위는 ‘한국의 산지승원’이 7~9세기에 창건된 이후 신앙과 수도, 일상생활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종합 승원이라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개별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 계획도 합격점을 받았다.
세계유산위는 다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건물 관리 방안, 종합정비 계획, 앞으로 늘어날 관광 수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사찰 내 건축물을 신축할 때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5월 ‘산지승원’을 구성하는 7개 사찰 중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에 대해서만 등재를 권고하고 나머지 세 군데는 역사적 중요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등재를 보류토록 했다. 하지만 이날 세계유산위는 “7곳을 모두 합쳐야 유산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난다”며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불교계 등이 7곳 사찰 모두를 묶어 등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결과다. 문화재청과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외교부로 구성된 대표단은 세계유산 위원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지 교섭을 벌여왔다. 그 결과 이날 세계유산위의 논의 과정에서 위원국인 중국이 7개 산사 모두를 등재할 것을 제안했고, 17개국의 공동 서명과 20개국의 지지 발언을 거쳐 21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등재가 확정됐다.
ICOMOS의 권고는 세계유산위에서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게 관례여서 이 같은 막판 뒤집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산지승원’의 등재로 한국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하회와 양동 역사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13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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