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밥도둑' 마파두부, 막노동꾼 점심 도시락이었죠

입력 2018-07-01 15:15
수정 2018-07-02 08:48
여행의 향기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7) 쓰촨 두부

중국의 맛을 찾아서…



음식여행이란 일상을 떠나 다른 곳에서 하루 세 끼를 맛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이것도 먹어봤다라고 과시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먹방’을 찍는 것처럼 먹는 것에 탐닉하는 과식 여행도 아니다. 직업적으로 연구하는 것과도 다르고 시장조사하는 것과도 다르다. 일상과는 다른 음식을 맛보고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중국은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지 음식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지방마다 다른 다양한 물산, 지역마다 다른 역사와 문화와 종교와 습속이 결합돼 무한에 가까운 음식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대륙에서도 대중화했지만, 콕 찍어서 중국에서 탄생한 것인지 의식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두부다.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 현대인의 건강식으로 환영받는다. 게다가 조리법이 발달한 덕분에 다양한 요리로 변신해 등장한다. 이번에는 쓰촨성에서 ‘느닷없는 두부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두부, 한고조 유방의 손자 유안이 발명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두부는 콩을 갈아서 가열한 뒤 단백질을 추출해 응고시킨 것이다. 그 자체로 음식이고 그것을 식재료로 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간수를 응고제로 사용해 단단하게 만드는 북방 두부와, 석고분을 응고제로 사용해 상대적으로 연하게 만드는 남방 두부로 나뉘었다. 전통으로 따지면 쓰촨은 남방 두부지만 지금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여러 가지 두부를 구할 수 있으므로 여행 지역에 따라 두부를 나누는 것은 좀 어려워졌다.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각광받는다. 제조원가도 낮다. 맛에서도 자신의 맛이 강하지 않고 다른 양념을 잘 받아들여 식재료로 크게 환영받는다. 나 역시 여행 중의 식사에서 두부 요리는 필수 메뉴로 삼는다.

두부는 BC 164년 한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劉安)이 발명한 것으로 문헌에 전해진다. 중국의 두부 예찬론자들은 중국의 4대 발명품(화약, 나침반, 종이, 인쇄술)에 두부를 추가해 5대 발명이라고도 한다. 유안은 두부를 만들려고 해서 만든 게 아니다. 먹으면 신선이 되는 단약(丹藥)을 만든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콩의 단백질이 굳으면 독특한 먹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의 두부는 조악하고 꽤 거친 음식이었던 것 같다. 당송 시대에 두부 제조법과 조리법이 발달해 대중적인 먹거리로 퍼졌다고 한다.

두부는 송대에 조선과 일본 등 인접 국가에 전해졌다고 한다. 서양에 알려진 것은 19세기부터였다. 20세기 후반에는 식물성 단백질의 건강성에 주목하게 돼 서구에서도 각광받는 음식이 됐다. 유안이 두부를 처음 만든 것은 안후이성 팔공산이란 곳이다. 그런데 왜 굳이 쓰촨에서 두부 여행을 해보자는 것인가. 첫 번째 이유는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마파두부가 바로 쓰촨의 청두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마파두부 인기

마파두부는 밝게 빛나는 빨간 색부터 시선을 강하게 잡아끈다. 잘게 다진 소고기의 식감도 좋고, 쓰촨 특유의 얼큰한 매운맛이 밥도둑 노릇을 잘 해낸다. 중국인들이 식당에서 혼밥을 할 때 마파두부에 밥 한 공기를 주문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네 입맛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파두부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하던 그때 그 식당이 지금도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마파두부는 1862년 청두의 만복교라는 다리 근처의 진흥성반포(陳興盛飯鋪)라는 식당에서 제일 잘하는 요리였다.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는, 젊지만 고단한 과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허름한 노점 식당이었다. 주인장 겸 주방장은 진씨에게 시집간 유씨였다. 유씨는 막노동꾼이 많은 만복교 근처에서 장사를 했다. 일꾼들은 두부 한 덩어리를 도시락으로 지참하곤 했는데, 이 두부를 유씨가 맛있게 볶아준 것이 바로 마파두부의 시발이었다.

매콤하고 맛있는 유씨의 두부는 곧 입소문을 탔고, 오래지 않아 청두의 유명한 요리가 됐다. 진씨네 곰보 아주머니가 만든 두부가 맛있는 식당이라 자연스럽게 진마파두부(陳麻婆豆腐)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식당은 창업 이후 15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청두에서 여러 개의 분점을 두고 성업 중이다. 평일에도 대기표를 받고 30분씩 기다리기 일쑤다.


쓰촨의 또 하나 두부는 검문관(劍門關) 두부다. 검문관은 쓰촨 분지의 북쪽 경계를 이루는 칼 같은 능선에 설치된 관문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광위안시 젠거현(劍閣縣) 외곽이다. 능선 자체가 날을 위로 하여 눕혀 세운 칼과 같은 형상의 절벽이다. 능선의 한 곳에 V자 계곡이 열려 있는데 그 파인 모양도 칼로 찍은 것 같이 가파르다. 이런 험준한 곳에 검문관이 버티고 있다.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란 말 그대로 험준한 곳의 천연요새이자 방어기지다.

삼국지 이름 딴 두부전문점 두부연

이곳의 두부가 유명해진 이야기는 몇 가지가 전해진다. 삼국시대 후반 위나라의 종회와 등예가 대군을 끌고 촉한을 공격해왔다. 제갈량 사후에 촉한의 대장군에 오른 강유는 위나라의 공세에 밀려 이곳 검문관까지 후퇴했다. 군사들은 패전과 후퇴에 지쳤고 말도 더 이상 뛰지 못할 정도였다. 이때 지방관 하나가 이곳에서 콩이 많이 나니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군사에게 먹이고,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비지는 말에게 먹이자고 건의했다. 강유는 그 건의대로 하여 군의 사기를 끌어올렸고, 위나라 군대를 막아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당나라 현종의 이야기다. 현종은 안사의 난을 피해 촉으로 가는 도중 자신이 그리 총애하던 양귀비를 어쩔 수 없이 처형한 터라 의욕을 상실하고 입맛조차 없었다. 이때 이곳 백성들이 여러 가지 두부 요리를 만들어 황제를 대접해 입맛을 찾게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원래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두부를 맛있게 보이기 위해서 지어 붙였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여행객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이곳의 두부는 여러 가지 두부 요리를 한상에 차리는 두부연(豆腐宴)이다. 검문관 근처의 식당은 전부 두부연 전문식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두부, 지진 두부, 튀긴 두부, 마파두부 등 여러 두부 요리가 다 나온다. 요리의 이름도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였는지 삼국지에서 따다가 붙였다. 초선차전(草船借箭) 조조용계(曹操用計) 장판대전(長板大戰) 강유두부(姜維豆腐) 관우두부(關羽豆腐) 등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식탁 위의 작은 재미다.

쓰촨에서 또 하나의 두부 마을을 찾아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두에서 주자이거우(九寨溝) 가는 길에 원촨현 ?쓰진이 있다. 이 마을도 중국에서 두부로 꽤 유명하다. 배낭여행자라면 큰 맘 먹고 한번 찾아볼 만하다. 손으로 직접 만든 남방 두부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윤태옥 여행작가 kimy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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