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에서 해외 감축분 9600만t을 1600만t으로 줄이고, 나머지 8000만t은 국내 감축분으로 돌리는 내용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했다. 해외에서 배출권 구입이나 국제협력으로 달성할 계획이었던 해외 감축분 중 절반 가까운 4200만t의 추가 감축을 떠안게 된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이 많게는 수조원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100만t으로 추정하고 이 중 37%인 3억1500만t을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산업계는 합리적인 감축 목표 설정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대신 정부는 3억1500만t 중 9600만t에 달하는 해외 감축분 활용, 원전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산업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던 정부가 갑자기 계획을 바꾸면서 산업계의 BAU 대비 감축률은 11.7%에서 20.5%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더욱 황당한 것은 온실가스 국내 감축분을 늘리겠다는 정부가 ‘탈(脫)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이다. 탈원전으로 가면 원전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기대마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린다지만 현실적으로 원전 감소분을 충분히 대체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결국 석탄 또는 LNG의 역할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게 뻔하다.
발전소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가운데, 탈원전 정책으로 원가가 낮은 원전 비중이 줄어들어 경영에 비상이 걸린 판국에 배출권 추가 구입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철강 업계는 “아예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탈원전 정책으로 온실가스 감축도 산업경쟁력도 다 꼬여버린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