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로 본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제성장론'

입력 2018-06-29 16:48


(조미현 정치부 기자) 문재인 정부 2년차에 새로 기용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기대감이 청와대 안팎에서 높습니다. 능력 있고 합리적인 정통관료로 평가받는 그가 장하성 정책실장 등 학자 출신 청와대 참모진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됩니다. 윤 수석은 주(駐)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로 있으면서 언론에 여러 차례 기고를 했는데요. 기고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경제성장론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 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좋은 일자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윤 수석도 지난해 9월 한국경제신문에 실은 기고에서 “지금의 후진적 근로관행, 전투적 노조, 양극화된 노동시장, 미흡한 고용안전망으로는 다가오는 일의 미래에 대응할 수 없다”며 “교육시스템과 고용법제, 사회안전망을 짚어보고 정비해야 한다. 특히 장기 실업 청년, 임시직 경제(gig economy) 하의 근로자들이 보호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경제의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 수석은 “OECD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또한 시급하다”며 “늦게까지 일하고 눈치 보며 퇴근 못 하는 행태가 있다면 과감히 고치고 부담이 과중한 업무를 나눌 때도 됐다. 근로시간과 업무 스트레스가 과도한 상황이라 마른 수건 쥐어짜기보다 근로 문화를 개선해서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한국일보 7월 칼럼)”고도 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과 맞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구조개혁 반드시 필요”

윤 수석은 더 나아가 구조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습니다. 윤 수석은 “교육·노동·금융·공공 등 우리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은 경제혁신을 위한 출발점이자 국제 흐름과 부합하지만 아직 미완이다. 상황은 엄중한데 현실의 벽은 높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문인력이 외국보다 턱없이 적은 법률, 의료 분야 등의 진입 장벽을 터서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고 가치를 창출하게 해야 한다”며 “낮은 창업·폐업률과 신생기업 비중에서 드러나듯 역동성 저하도 생산성 둔화의 원인이다. 막힌 하수구를 뚫어 좀비 기업의 퇴출 길을 열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게 해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 “산출을 늘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해법”이라며 “사람과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하려면 진입 규제를 트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확산하고 시스템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스템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개개인이 열심히 해도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면 1997년과 2008년 위기처럼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며 “거시경제 불균형, 사회갈등 등 구조적 취약성을 줄이고 총체적인 시스템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에 대한 규제 어떻게 해야 하나?

윤 수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아 떨어집니다. 윤 수석은 지난해 3월 한국경제신문 칼럼에서 “그간의 발전과정에서 기업은 일자리, 세금 등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이익추구에 몰두하다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며 “동반성장, 상생협력 등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합리성보다 국민정서적 당위성을 앞세우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반성장, 상생협력 등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합리성보다 국민정서적 당위성을 앞세우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기업활동 자유의 중요성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여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도 옳지 않다. 윤리적 의무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며 “근거 없이 사적 자치영역을 침범하는 규제는 부메랑이 돼 우리 발목을 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을 규제해야 할까요? 윤 수석은 “책임 기준은 법령으로 사전에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이 예측 가능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론에 의해 규제가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윤 수석은 기업 스스로의 자율적인 규율도 강조합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일보 칼럼에서 “경쟁이 불공정하고 반칙이 횡행하는 시장에서는 정부 개입이 과도해지기 쉽고 경쟁력 키우기도 어렵다”며 “대기업 스스로 무분별한 사업 진출과 지배력 남용을 경계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중소기업 육성 방법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 중에 하나가 중소기업 육성입니다. 윤 수석도 이 부분에 대해 그동안의 기고에서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접근법은 조금 다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진입 규제 방식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윤 수석은 지난해 5월 한국일보에 기고한 ‘규율 잡힌 시장경제, 건강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진입 규제의 경우 단기적 보호효과는 있지만 자생력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윤 수석은 “시장접근상 불균형과 구조적 취약성을 시정하여 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중소 스타트업 기업의 중요성과 공정 경쟁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OECD도 글로벌화, 디지털화, 차세대 생산혁명 등 변혁의 시대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했습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혁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깁니다.

윤 수석의 이같은 경제성장론은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노동개혁이나 중소기업 육성 방법론에 있어서는 현 정부의 기조보다 전향적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 기조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윤 수석이 자신의 구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끝)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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