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 넘은 '신동빈호'…한일 통합경영·지배구조 개편 속도

입력 2018-06-29 11:3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승리를 거둠으로써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법정 구속됐지만 오는 9월 예정된 2심 결과에 따라 석방될 경우 '신동빈호'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주주 자격으로 직접 제안한 '신동빈 이사 해임' 안건과 '신동주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신 회장은 주총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승리를 거둬 탄탄한 입지를 재확인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주주들이 신 회장을 재신임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간의 경영 성과에 대한 신뢰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유리한 조건에서 치러진 이번 주총에서마저 패배해 사실상 경영권 탈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다.

롯데는 신 회장의 구속수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각종 악재를 겪었지만, 이번 승리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번 롯데홀딩스 주총 결과로 50년 넘게 이어온 '한일 원롯데 경영'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신 회장에 대한 2심이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총수 공백'은 이어지겠지만, 경영권 방어에 성공함에 따라 한일 롯데 사업이 탄력을 받고 롯데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대폭 줄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했다.

총수 부재 상태에서 지난 2월 치러진 주총에서 롯데지주가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안이 무사히 통과됐다.

롯데지주는 현재 유통, 식품, 금융 부문 51개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거듭났다. 그룹 계열사 92개 중 절반 이상이 롯데지주에 속해 있다.

신 회장은 구속 중에도 이달 롯데지주 신주 248만여 주를 취득해 롯데지주 지분율은 종전 8.63%에서 10.47%로 끌어올리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신 회장의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과 형 신 전 부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각각 2.86%, 0.15%에 불과하다.

앞으로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과 화학과 물산 등의 지주회사 편입이 필수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주주가 99%의 지분을 소유한 호텔롯데는 롯데물산과 롯데케미칼 등 롯데 핵심 계열사의 2대 주주다.

롯데는 이르면 올해 안에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신 회장의 구속 등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다음 고비는 올해 9월 열리는 신 회장의 2심 판결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과 글로벌 사업 진출, 기업 인수 합병, 고용 확대 등 주요 사업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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