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래 AI포럼’ 출범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 주제 발표
한국, AI시대에 맞는 법·제도 마련 시급
알파고 이기는 건 '알파고+인간'의 협업
[ 임현우 기자 ]
“인공지능(AI)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습니다. 막으려 해도 못 막습니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AI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도입하게 하는 겁니다.”
뇌과학·AI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대식 KAIST 교수는 28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 주제 발표를 통해 “AI 기술을 발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실험장을 여러 영역에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로 인한 여러 법적·경제적·사회적 논쟁거리가 있고 꼭 보호해야 할 영역도 존재한다”면서도 “문제를 푸는 방법을 빨리 배워야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도 가능하고, 국가와 기업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세상을 알아본다
과거에는 AI라 하면 많은 사람이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 영화부터 떠올렸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구글 AI(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패배한 ‘알파고 쇼크’는 한국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김 교수는 “터미네이터처럼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는 ‘강한 AI’로 불리는데, 이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기계가 지적(知的) 노동을 자동화하고 대량 생산하는 ‘약한 AI’가 우리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AI 연구는 몇 년 전만 해도 수식 위주로 정보를 정량화하는 ‘규칙 기반(rule-based) AI’였다. 하지만 기계에 수많은 데이터를 보여준 뒤 규칙을 스스로 뽑아내 학습하게 하는 ‘딥러닝’과 ‘머신러닝’ 중심으로 대세가 바뀌면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최근엔 데이터를 학습 중인 AI를 속이는 게 목적인 또 다른 AI를 배치, 둘을 경쟁시킴으로써 정확도를 더 높이는 ‘적대적 생산 네트워크(GAN)’ 방식까지 나왔다.
◆“AI 파티에서 설거지만 할 건가”
김 교수는 증기기관 발명으로 이뤄진 1차 산업혁명과 전기로 인한 2차 산업혁명을 묶어 ‘1차 기계혁명’으로, 정보 기반의 3차 산업혁명과 AI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묶어 ‘2차 기계혁명’으로 분류했다.
그는 “1차 기계혁명은 200년가량이 걸렸지만 2차 기계혁명은 앞으로 20~30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며 “새로운 법과 규제를 20~30년 안에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국내 학계가 진정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파티를 끝낸 자리에 들어가 정리정돈만 하는 ‘설거지 연구’를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AI 분야에서만큼은 ‘설거지’하는 나라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분야에 어떤 AI 기술이 필요하며, 어디까지 규제할지를 주도적으로 정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막연하게 두려워해서는 안돼”
그는 AI로 인한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짜 목소리와 동영상을 만들긴 쉽지만 가짜를 자동으로 구별해 낼 AI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의 핵심인 ‘신뢰’가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시대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알파고는 이제 누구와 바둑을 두든 이기겠지만 이길 수 없는 상대가 하나 남았다”며 “바로 인간과 알파고가 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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