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원화 약세에 베팅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원6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24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30일(달러당 1124원60전)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거래일간 55원20전 급등하면서 달러당 1120원대를 넘어서 1130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이달 초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상승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급격하게 오름세를 띠고 있다.
특히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위안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원화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원화 약세에 베팅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중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쉽게 반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강세를 이끌던 한반도 해빙 무드가 답보상태에 들어선 데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겹쳐 무역 전쟁의 강도가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음달 6일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시점을 전후해선 환율 변동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견조한 경기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신흥국의 성장 동력은 약화하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무역 갈등이 더욱 격화하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80원대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달러당 115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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