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북한 철도

입력 2018-06-27 19:07
김태완 논설위원


북한 지역에 처음 건설된 철도는 1906년 개통된 경의선(서울~신의주)이다. 남한 지역 첫 철도인 경인선보다 7년 정도 늦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북한의 철도는 남한보다 훨씬 더 많이 건설됐다. 광물 등 지하자원이 풍부했고 일본 대륙 침략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해방 당시 북한의 철도 총연장은 3797㎞로 남한(2725㎞)에 비해 1.4배 더 길었다. 해방 이후 북한은 1500㎞가 넘는 철도를 새로 깔았고, 1973년에는 한국보다 1년 앞서 평양에 지하철을 개통하기도 했다. 지금도 북한의 철도 총연장은 5235㎞로 남한의 3825㎞ 보다 훨씬 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북한 철도는 남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북한 철도는 대부분 단선이다. 복선화율이 2.9%밖에 안 된다. 한국은 웬만큼 중요한 노선은 복선, 복복선으로 돼 있다. 철도 궤도로 따지면 한국은 9000㎞가 넘는다.

북한 철도는 철로가 녹슬고 지반이 약한 데다 신호 체계도 엉망이어서 평균 운행속도가 시속 20㎞에 불과하다. 가장 시설이 좋다는 평양~베이징 간 국제열차의 평균 시속이 45㎞다. 전력 부족으로 열차가 멈춰서는 경우도 다반사다. 북한을 다녀온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철로와 침목을 못 하나만으로 고정시켰고, 열차 하중을 분산하는 자갈은 깔려 있지 않은 곳도 많아 열차가 심하게 흔들린다”고 했다. 북한의 김정은이 4·27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있는데,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던데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한 배경일 것이다.

그제 한국과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위한 현지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또 경의선(문산~개성), 동해선(제진~금강산) 구간 연결을 위해 설계, 공사방법 등을 논의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착공식도 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남북철도를 활용하려면 사실상 북한의 철로를 다 뜯어내고 새로 건설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과 보수에만 6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서 신호시스템만이라도 현대화해 평균 시속을 50~60㎞로 끌어올려 경제성을 갖게 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철도는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대륙으로 연결된다. 경의선이 뚫리면 서울에서 신의주를 거쳐 베이징에 갈 수 있다. 동해선은 유럽까지 이어진다. 1936년 청운의 꿈을 안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손기정 선수가 그렇게 유럽으로 갔다. 그는 부산역을 출발해 신의주~하얼빈~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했다. 먼 훗날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그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을 가보는 꿈을 꿔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김태완 논설위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