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경 이공계 대학 평가
(3) 연구의 질 순위
서울대, 네이처 등에 10편 실어
국제학술지 영향력 3년째 1위
경희대, 연구의 질 9위 올라
종합순위보다 3계단 높아
영남대·부산대, 논문 量·質 선방
지역거점대학서 1위 올라
[ 임락근 기자 ]
태양전지 전문가인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한국인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정보분석 기관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기반으로 선정한 ‘2017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했다. 세계 최초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박 교수가 이와 관련해 2012년 쓴 논문은 3000건 이상 인용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학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과학계에서는 ‘글로벌 스타’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을 이용해 투명하면서 잘 휘어지는 메모리 소자를 개발해 휘어지는 스마트폰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스타 연구자로 존재감 키우는 成大
성균관대는 스타 연구자들을 앞세워 우수 논문을 발표해 관련 학계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2018 한경이공계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는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논문 건수로는 지난해 582건, 교수 한 명당 SCI·SCOPUS급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지난해까지 3년간 평균 1.3562편이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며 “박 교수의 태양전지, 이 교수의 그래핀, 김성기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의 뇌과학 등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적극적인 연구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성균관대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의 경우 형식이나 적정한 단어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대학들도 해외 발표 논문 작성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2011년 1250명이던 전임 교원은 지난해 1437명으로 늘어났다. 연구비 수주 규모도 2010년 2199억원에서 지난해 3501억원으로 증가했다. 성균관대는 나노구조물리연구단,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등 2개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사업단을 보유하고 있다. IBS 사업단은 연간 200억원씩 10년간 총 2000억원의 연구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성균관대는 정부의 BK21 플러스사업에서 국내 사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31개 사업단이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석·박사 과정의 학생에게 다양한 연구 참여 기회와 장학금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수준의 박사 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박사펠로십(GPF)’에서도 21개 과제가 선정돼 4년 연속 사립대 1위 자리를 지켰다.
KAIST는 교수당 교내 연구비 1위,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 국제학술지 영향력, 교수당 교외 연구비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해 연구의 질 분야에서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KAIST는 올해에도 로이터가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와 함께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에 오르며 3연패를 달성했다. 특허출원과 논문 피인용 지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KAIST가 그간 양보다는 질적 연구와 실질적 성과를 내는 연구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AIST는 2016년부터 연구계약, 지식재산권, 로열티 수입 실적 등을 종합해 우수연구 성과를 선정하고 연구부문 우수 교원을 포상하는 ‘리서치 데이’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학술지 영향력 3연패
국제학술지 영향력 순위에서는 서울대가 올해도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SCOPUS를 기준으로 한 ‘국제학술지 영향력’ 순위에서 3만494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에는 스타 교수들이 즐비하다.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마이크로 RNA(리보핵산)의 생성과정을 밝히고, 줄기세포와 암세포 RNA의 기능을 규명해 네이처, 셀 등 세계 최고 학술지에 10편에 가까운 논문을 실었다. 화학과 재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논문들은 피인용 수가 3만2000회 이상이다.
서울대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스타 연구자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 교수를 포함해 노태원 물리·천문학부 교수, 현 교수, 정덕균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석좌교수에 임명했다. 석좌교수 임명은 8년 만이었다. 석좌교수는 해외 체류 기간을 일반 교수의 두 배인 42일을 주고, 의무강의 시간을 면제받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서울대는 2016년부터 해마다 능력 있는 공대 교수 세 명을 선정해 10년에 걸쳐 1인당 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발표 논문 수와 같은 양적 지표가 아니라 교수 역량과 잠재성을 평가해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구의 질 종합 순위 2위에 오른 포스텍(포항공과대)은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논문을 주로 펴내고 있다. 포스텍의 대표적인 전문대학원인 철강대학원 교수들은 포스코그룹 일원으로 간주된다. 포스코 중견연구원들은 1~2년간 이곳에 파견돼 공동 연구를 한다.
경희대, 논문의 질 돋보여
이공계 대학 평가 종합 순위 12위인 경희대는 연구의 질 부문에서 9위를 차지했다. 국제학술지 영향력이 UNIST(울산과학기술원)보다 앞선 7위를 차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 국공립과 사립을 포함한 지역거점대학에서는 영남대와 부산대의 선방이 돋보였다. 종합 순위 20위인 영남대는 2015~2017년 3년간 교수당 국제학술지 발표 논문 수가 1.06편으로 지역거점대학 가운데 1위였다. 종합순위 26위인 부산대는 국제학술지 영향력이 17.1점으로 9위(지역거점대학 중 1위)에 올랐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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