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68년만에 충무무공훈장 추서
[ 정인설 기자 ] 해군은 25일 6·25전쟁 중 민간인 신분으로 경북 영덕 장사상륙작전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황재중 선장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하고, 훈장을 고인의 외손녀인 고양자 씨(63)에게 전달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대한해운공사 소속 선박인 문산호의 선장이었던 고인은 전쟁 초기부터 해군작전에 참여해 같은 해 7월27일 육군 이응준 장군이 지휘하는 병력을 여수에서 철수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또 같은 해 9월14일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북한군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유엔군 사령부가 양동작전 차원에서 전개한 장사상륙작전에도 참가했다.
장사상륙작전은 경북 영덕군 장사리에 육군 제1유격대를 상륙시켜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한편 북한군 주력부대를 유인하려는 목적으로 감행됐다. 이 작전에 참여한 유격대원 772명은 문산호를 타고 상륙지역으로 이동했으나, 태풍으로 배가 좌초하는 바람에 북한군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는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상륙을 감행해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북한군은 대규모 병력이 상륙한 것으로 오인하고 주력부대를 이동시켰고 유격대원들과 문산호 선원들은 배가 좌초돼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1주일간 혈투를 벌여 북한군 200여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황 선장을 비롯한 유격대원과 선원 130여 명은 전사했다.
이날 황 선장에 대한 충무무공훈장 전달식은 외손녀인 고씨가 거주하는 제주도에 주둔하는 해군 7전단 세종대왕함에서 열렸다. 고인이 장사상륙작전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지 68년 만에 훈장이 추서됐다.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최성목 해군 7전단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헌신하신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기리는 것은 후손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며 “이분들을 기억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것은 우리 장병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