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인간관계를 보다 가깝게 만들어 준다.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사람들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에게 영상전화를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생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4시간 전 세계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 준다.
동시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혼자 밥 먹고(혼밥), 혼자 술 마시고(혼술), 혼자 여행을 떠나는(혼행) ‘혼족 문화’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음이 더욱 편하고 쉬워진 시대에 과잉 연결로부터 오는 피로감과 ‘관계의 아이러니’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은 오히려 외로워지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에 대한 답으로 ‘인간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최근에 서비스와 기술은 불필요한 관계를 최소화하면서 개인의 기호(preference)를 존중하고 주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집단적 가치를 중요시하던 틀에서 벗어나 서비스 방식도 개인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의 선호도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또 이런 선호를 뒷받침하기 위한 서비스와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가정의 여러 전자기기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언택트(un-tact)’와 같이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등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키오스크(kiosk)를 활용해 주문받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불필요한 접촉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을 중심에 두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키오스크는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앞으로 기술과 서비스는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해 더 심도 있게 인간 개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래야만 기계의 발전으로 인간이 소외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인간 중심의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욱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