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격화되는 한국당… 중진들 "김성태 사퇴하라"

입력 2018-06-25 17:49
심재철·이주영·유기준 등 5명
"선거 패배 책임 없다는 듯 행동
준비위 구성도 월권" 쓴소리
초·재선들은 "김성태 유임해야"

윤상직 "다음 총선 출마 않겠다"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후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옛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던 중진 의원들은 25일 임시지도부 격인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들은 별도로 모임을 하고 중진들의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며 “김 대행이 유임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내 책임론이 ‘만인을 향한 투쟁’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심재철 이주영(이상 5선) 유기준 정우택 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 중진 5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김 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 대행이 지난 22일 당내 반발을 두고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이들은 전날 저녁 별도로 만나 선언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들은 “선거에서 패하면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정치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던 김 대행은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어 또다시 민심을 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행이 대책이랍시고 제시한 중앙당 해체 등은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초·재선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53명이 모여 입장 정리에 나섰다. 이들은 4시간 동안 논의를 거쳐 중진의원들 주장과는 반대로 김 대행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대신 김 대행이 앞으로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단서가 붙었다.

재선의원 그룹 간사인 박덕흠 의원은 회동 직후 브리핑을 하고 “(김 대행이) 원내대표직을 유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비대위 출범에 속도를 내고 김 대행은 원내대표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도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김 대행의 원내대표직 유지보다 그가 비대위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3선인 김용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행 퇴진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선거 참패보다 책임론 공방이 더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박계 초선인 윤상직 의원은 이날 차기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 의원은 “보수의 몰락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몰락과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은 솔선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