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러시아 등 산유국
합의 규모 시장 기대 못미쳐
[ 이현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24개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생산을 늘리기로 한 규모가 시장 기대보다 작은 데다 실제 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6%(3.04달러) 뛴 68.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도 8월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42%(2.5달러) 오른 75.55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사우디 등 14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이른바 ‘OPEC플러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어 다음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100만 배럴씩 늘리기로 합의했다. 당초 산유국들은 하루 생산량을 최대 180만 배럴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합의한 증산량은 이보다 크게 줄었다.
게다가 실제 늘어날 원유 생산량도 합의된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하루 60만~7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정치·경제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등에서의 증산은 계획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고공비행을 이끌어온 OPEC플러스 주도의 카르텔 체제가 유지됐다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회의에 앞서 사우디와 이란이 원유 추가 생산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100만 배럴 증산에 무난히 합의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 “유가가 너무 높다”고 하는 등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이 잇따라 원유 증산을 요구한 뒤 한때 산유국 사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증산을 추진했지만 이란은 반대했다. 러시아는 100만 배럴이 아니라 150만 배럴 증산을 요구했다. 그러자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각국 장관들과 개별 회담을 벌여 생산량 쿼터의 국가별 비중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의견 조율을 이뤄냈다.
수하일 빈 무함마드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장관은 산유국 회의가 끝난 뒤 “기존의 원유 생산한도를 충실히 준수하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기존 한도 이하로 생산해왔으며, 이는 하루 100만 배럴가량의 증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OPEC과 러시아 등이 2016년 결성한 OPEC플러스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산유국들은 2010년대 중반 미국의 셰일가스 공세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지자 2017년부터 하루 평균 생산량을 180만 배럴가량 줄였다. 감산 체제가 성공적으로 지속되면서 국제유가도 올랐다. OPEC플러스는 오는 9월 다시 회의를 열어 추가 증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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