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서 힘겹게 국회 입성한 한국당 송언석 의원
20년 넘게 기재부 예산실 근무
고향 김천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
493표 차이로 '구사일생' 승리
"한국당 처 자식 빼고 다 바꿔야"
[ 박종필 기자 ] “정말 구사일생으로 살아왔습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은 22일 기자를 보자마자 이 말부터 꺼냈다. 그는 지난 6·1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북 김천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한국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북에서, 그것도 그가 태어난 고향에서의 출마임에도 ‘어려운 선거’를 했다는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송 의원은 50.31%(3만9323표)를, 라이벌이었던 최대원 무소속 후보는 49.68%(3만8830표)를 득표했다. 불과 0.63%포인트(493표) 차이로 ‘힘겨운 승리’를 했다.
송 의원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전국 12곳 중 유일한 한국당 소속 당선자다. 그는 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보수 정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보수진영에서) 격식과 체면은 필요하지 않다”며 “처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행정고시 29회 합격 후 30년을 관료로 지냈다. 그중 20여 년을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지낸 ‘예산통’으로 분류된다. 다음연도 국가 예산을 짜고 이를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설득하는 업무에는 ‘선수’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이 때문에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한국당을 대표해 대여(對與) 공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막아낼 보루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 기간은 짧지만 정부 예산안의 국회 심의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경험이 축적돼 왔다. 송 의원은 “예산은 정부 정책을 숫자로 구현하는 것”이라며 “4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책무를 맡다 보면 단순한 정책 집행 수준을 넘어 하나의 정치 행위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선이지만 재정관료로서의 경험을 배경으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노련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130석의 의석을,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여권에 우호적인 정당 의석수를 합쳐 재적 과반인 150석을 확보했다. 범여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으로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통과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송 의원은 그러나 “지금까지 예산안 통과는 여야 합의의 산물이었다”며 “정부·여당이 결코 원하는 대로 다 이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을 반박했다. 최근 민주당이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을 더 투입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닐 뿐더러 지금의 경기 위축은 재정을 푼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남북한 경제협력 등 북한과의 교류 확대로 인한 예산도 분명 요구할 텐데 이 역시 감안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