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Joy] 묵직한 주행감 '캬~' 단단한 안정감 '와~'

입력 2018-06-22 17:25
타봤습니다! 한국GM의 실적 부활 기대주 '이쿼녹스'

차체 경량화로 180㎏ '다이어트'
큰 덩치에도 연비 L당 13.3㎞ 달해

초고장력 강판 82% 이상 사용
기가스틸 비중도 20% 가까이
美 '가장 안전한 차' 6년 연속 선정


[ 박종관 기자 ]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시기’. 이쿼녹스(equinox)의 뜻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낯선 단어를 차명에 붙이면서까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균형’이다. 적절한 비례감이 느껴지는 외관 균형과 주행 안정감을 더하는 차체 균형.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엔진 출력과 효율적인 연비까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는 한국GM의 실적 부활을 위한 기대주로 꼽히는 차다.

◆지루하지 않게 입체감 있는 외형

이쿼녹스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전면부에 장착된 방패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강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그릴에서 이어져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헤드램프의 모양도 역동성을 더했다. 차체 옆면에는 곡선 형태의 캐릭터 라인을 넣어 입체감을 살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라인 위아래로 음영이 생겨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반듯한 뒷모습은 안정감과 밋밋함이 동시에 느껴져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이쿼녹스의 전장(길이)은 4650㎜로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SUV 투싼(4475㎜)보다는 길지만 중형 SUV 싼타페(4770㎜)보다는 짧다. 중형 SUV치고는 차체가 작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만난 이쿼녹스는 중형 SUV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특히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 사이 간격)가 길어 실내 공간이 넉넉했다. 차량 길이의 58.6%를 휠베이스에 할애한 만큼 운전석과 보조석은 물론 2열 레그룸(다리를 놓는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1800L까지 늘릴 수 있다.

내부 장식은 아쉬움이 남았다. 최상위 트림(세부 모델)임에도 눈에 띄게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운전석 계기판도 주행정보를 나타내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었다. 좋게 표현하면 실용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다.

◆단단한 주행감, 우수한 연비

지난 19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 파주시에 있는 한 카페까지 자유로를 지나 편도 45㎞ 구간을 이쿼녹스를 타고 달렸다. 1.6L 디젤 엔진이 장착된 이쿼녹스의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2.6㎏·m다. 주로 2.0L 엔진을 장착하는 경쟁 모델에 비해 힘이 모자라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타보니 달랐다. 도심 주행은 물론 자유로 고속 주행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체 구조를 경량화해 이전 모델에 비해 무게를 180㎏가량 줄인 덕이다. L당 13.3㎞에 달하는 우수한 연비는 덤이다. 실제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L당 14.2㎞. 공인연비를 보수적으로 책정하기로 소문이 난 한국GM의 차량다웠다.

단단한 주행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당차게 걸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가속 페달을 힘줘 밟을 때 불안함이 없었다. 곡선 구간에서도 쏠림 현상이 적었다. 스포츠나 에코 등 별다른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행 중 소음도 완벽하게 잡아내진 못했다.

◆첨단 안전사양 기본 적용돼

이쿼녹스는 미국 신차평가프로그램의 안전성 종합평가 부문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차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로부터 ‘가장 안전한 차’에 6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안전성만큼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차체에는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이 82% 이상 들어갔다. 인장 강도 1000메가파스칼(MPa·1MPa은 1㎠의 넓이에 1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 이상의 기가스틸도 20% 가까이 포함됐다.

이쿼녹스에는 후측방 경고 시스템과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 각종 첨단 안전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GM의 특허 기술인 ‘햅틱 시트’도 적용됐다. 전방이나 후방에서 충돌 위험이 감지될 때 시트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왼쪽 차선을 밟으면 왼쪽 엉덩이에 진동이 울리는 등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차량 가격은 트림별로 2987만~3892만원. 전자식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적용하면 200만원이 추가된다.

파주=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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