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집에 곱창이 없다…품귀 언제까지?

입력 2018-06-22 14:25
수정 2018-06-23 13:20

#. 최근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위해 곱창 가게에 들어간 A씨(영등포구·36)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곱창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곱창 메뉴는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종업원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막창, 대창 등 다른 메뉴는 가능하다고 했다. A씨는 동료들과 함께 인근 다른 곱창집으로 옮겼지만 그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곱창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이 곱창을 먹는 모습이 방영된 것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곱창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곱창 유통이 대부분 영세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수입산 마저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탓에 당분간 곱창 수요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곱창 공급은 대부분 소의 도축 물량에 영향을 받는다. 그 해 소의 도축 물량이 많으면 부산물인 곱창(창자) 역시 생산량이 증가하고, 반대로 도축 물량이 감소하면 부산물도 적게 나오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어미 소 1마리를 도축할 경우 중량을 기준으로 부산물이 약 30% 나온다.

곱창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최근 소 도축 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축산 부산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어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100만5586마리에 달했던 소 도축 수는 2016년과 지난해 86만마리 안팎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소 도축 수가 불과 36만마리에 그쳤다.

반면 '오발탄' 등 국내 유명 곱창집은 해마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외식업체 중 곱창, 막창, 대창 등 축산 부산물을 활용한 브랜드만 130여개이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장만 1200여개에 달한다. 이같은 부산물을 활용한 외식업체는 프랜차이즈보단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부산물 관련 매장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다 보니 소의 부산물 수입량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외국산 소의 부산물 수입량은 2015년 5만8800t에서 지난해 8만1000t로 37% 증가했다. 수입산은 대부분 호주와 아르헨티나산이 많다. 국내에서 판매된 소 부산물 중 국내산이 70%, 수입산이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곱창 품귀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열악한 유통구조다. 도축장에서 분리된 축산 부산물은 전문 도매상에게 판매되고, 2차 도매상과 중소 유통업체를 거쳐 음식점, 마트, 동네 정육점으로 간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축산물 공판장이나 대형 유통시설이 아닌 개인업자들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탓에 공급량 예측이 쉽지 않다.

최근과 같은 곱창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 '곱창 양극화 현상'(곱창을 구하는 매장만 계속 구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축산 부산물이 개인 간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수입산도 1년 단위로 계약되기 때문에 최근 처럼 곱창이 부족할 때에도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곱창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유명 프랜차이즈 곱창집 중 당분간 곱창 가맹을 받지 않겠다는 곳도 나타났다. 국내 최대 소 곱창 프랜차이즈인 곱창고는 오는 7월까지 가맹점을 열지 않기로 했다. 곱창고 관계자는 "부산물 수급 문제로 당분간 가맹점 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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