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청구권 지켜내 최악 면했지만… "정보력 잃어 힘 빠질 듯"

입력 2018-06-21 17:53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

檢·警, 상하관계 → 수평관계로 대전환

警 "지금도 국내 수사 98% 진행
검찰이 지휘하는 일 거의 없어"

검찰, 부패·경제·선거범죄 등
특정사건 직접수사는 가능


[ 안대규/이현진 기자 ]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상하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바뀐다. 정부는 21일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부패, 경제, 선거범죄 등을 제외하면 검사는 송치 후 공소제기 유지 및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정보수집, 내사, 수사, 수사지휘, 기소, 공소유지,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형사사법 시스템 전 부분의 권한을 독점해온 검찰의 영향력은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검찰은 경제·부패 등 ‘특수 수사’에 집중

경찰은 모든 사건의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았고, 반드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기소 여부를 허락받아야 했다. ‘기소독점주의’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검찰은 △경찰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사 및 직원 비리 △부패범죄(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증재, 정치자금, 국고손실, 직권남용, 범죄수익 은닉 등) △경제범죄(사기, 횡령, 배임, 조세 등 기업·경제비리) △금융·증권범죄(사기적 부정거래,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등) △선거범죄 △방산비리 △사법방해(위증, 증거인멸, 무고 등) 사건 등에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검사와 경찰이 ‘동일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경찰에 사건을 넘길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경찰이 이미 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때에는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에 한해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 ‘최악’ 피했지만…정보력 약화 불가피

형사소송법에 정통한 한 대학 교수는 “이번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 정보권을 누가 가져오느냐에 있다”며 “그런 면에선 검찰의 완패”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통해 수사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앞으로 경찰이 검찰에 보고할 의무가 사라지게 됨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무뎌질 것이란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이 경찰에 지시할 수 있었던 힘은 정보력에 있었다”며 “정보력을 상실하면 더 이상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및 기소 요구에 대해 견제할 힘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수사 권한은 경찰이 누리고 모든 책임은 검찰이 지게 되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범죄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방어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겉으론 경찰의 완승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검찰이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장청구권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영장청구권이 있으면 주요 경찰 수사는 결국 검찰 통제하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만만찮다.

경찰 측에서도 수사지휘권 폐지, 1차 수사종결권 부여, 영장심의위원회 설치 등이 실무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에서 진행되는 수사의 98.5%는 경찰이 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을 빼면 경찰 수사 도중 검찰이 지휘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영역을 너무 많이 인정해줬다”며 “당초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거리가 먼 정책 발표”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신설되면 검찰 힘 더 빠질 것”

올 하반기 공수처를 신설하는 법안이 처리되면 검찰의 힘은 다시 빠지게 된다. 특수분야 수사 가운데 공직자가 낀 중대범죄 수사권을 다시 공수처에 뺏기게 되는 것이다.

관심은 국회로 쏠리고 있다. 국회의 문턱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이달 말 활동 시한이 종료된다. 사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하려면 관련 내용이 이달 말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하는데 지난달 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임기 종료 후 한 달 가까이 공석인 것도 문제다.

안대규/이현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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