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 바꾸려면 기업이 채용때 학점 안본다고 선언해 달라"

입력 2018-06-20 18:08
글로벌 인재포럼 2018 자문위원회 정례회의

'일자리 창출' 해법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 능력 키워 줘야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
도전정신 무장한 청년에 기회

일자리 강국 獨 벤치마킹한
'직업계 중학교' 고려해 볼 만연구·공공기관


[ 장현주 기자 ]
20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 자문위원회 정례회의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였다. 자문위원들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일자리 대란’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중국 선전을 방문했는데 중국 대학생의 30% 이상은 창업에 과감하게 도전한다고 들었다”며 “한국 대학생의 진로는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취직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교육 현장과 기업이 모두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기업도 채용 때 성적은 절대로 안 본다는 것을 인사담당자가 확인해 주길 바란다”며 “고려대도 성적 위주로 뽑는 입시를 3년간 준비해 완전히 포기하니 지방 학교에서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유학(대치동 전세 유학)’이라는 말을 하는데 학원에 가지 않으면 대학에 못 간다는 병을 대학과 기업이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도 “학생들이 학점 만점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대학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학점은 참고사항이라고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년들은 구직난에 시달리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을 함양한 청년들을 양성해 중소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멀티플레이어’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등 안정적인 직장만 선호하는 현상을 타파하고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 혁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용 직업계고교장단협의회 회장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중소기업 직장인 수입이 월 157만원으로, 9급 공무원 수입인 월 152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도 모든 사람들이 공무원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기피하는 현상을 포럼에서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최근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 일자리 600만 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 250만 개가 생긴다고 하는데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진단이 포럼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산업현장의 요구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만족할 줄 아는 인재로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최적의 인재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동시에 동료와 협동하며 일하는 재미를 느낄 줄 아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대학은 학생뿐 아니라 100세 시대를 맞은 퇴직자들이 짧은 기간에 손쉽게 직업 역량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기존의 특성화 고등학교나 직업계 고등학교만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기술인력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부족한 전문 기술인력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이 일자리 강국으로 거듭난 것은 조기 직업교육을 시행했기 때문”이라며 “‘직업계 중학교’ 등 혁신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중국에 비해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뒤처졌다”며 “스타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청년들에게 스타트업에 도전할 의지를 불어넣기 위해선 초·중·고등학교부터 관련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가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 기조연설을 담당하는데, 한국의 현실을 많이 공부해 청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당부하겠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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