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배가본드' '킹덤'
최대 400억…대형 투자 잇따라
국내 드라마 제작비의 3~4배
글로벌 플랫폼 등 수요처 증가
넷플릭스·소니픽처스 자본 투하
한국 콘텐츠산업 위축 우려도
[ 유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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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이 다음달 7일부터 방영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예고편이 등장해 관심이 모아진다. 대박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 다시 뭉친 이 작품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을 타고 미국에 갔던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의 주둔군으로 조선으로 돌아와 겪는 사건을 펼쳐보인다. 예고편에는 미군복을 입고 비장감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이병헌과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사격훈련을 하는 김태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CJ E&M 계열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총 400억원을 투입해 24부작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회당 약 17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국내 드라마 제작비가 회당 평균 5억원 안팎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초대형 드라마들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미국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조선시대 뱀파이어 이야기인 ‘킹덤’을 하반기에 선보인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쓰고 주지훈과 류승룡 등이 출연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6부작에 총제작비 132억원을 투자해 회당 22억원 규모다. 또한 SBS는 총제작비 220억원 규모의 16부작 ‘배가본드’를 사전 제작해 내년 여름께 방송할 예정이다. 장영철, 정경순 작가가 집필하고 이승기와 배수지가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민항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남자가 국가의 거대한 음모와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세 작품의 제작비는 국내 평균보다 회당 3~4배 정도 많다.
‘미스터 션샤인’은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지만 ‘킹덤’은 넷플릭스가 제작 투자하고, ‘배가본드’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제작 투자하고 할리우드 소니픽처스가 배급한다. 외국 업체가 뛰어든 것은 글로벌 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 넷플릭스의 경우 아시아 지역 가입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픽처스는 아시아 24개국에서 운영 중인 AXN 채널에서 ‘배가본드’를 방송하기 위해 저작권 확보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외국 기업들에 한국 드라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콘텐츠다. 미드 ‘왕좌의 게임’ 제작비가 회당 평균 1500만달러(160억원)인 데 비해 ‘킹덤’은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들도 올 들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콘텐츠 매출을 늘리고 있다. SBS 관계자는 “올 들어 동남아 지역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 동영상 플랫폼(OTT) 산업이 급성장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 OTT업체인 PCCW, 아이플릭스 등이 가입자를 늘리면서 한국 콘텐츠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한국 콘텐츠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지적이다. ‘킹덤’과 ‘배가본드’ 등은 해외 기업들이 지식재산권(IP)을 가져가 국내 제작사는 주문형비디오(VOD)나 리메이크 판권 수출 등으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훌루 등 글로벌 OTT업체들의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은 탈락했다. 이 때문에 우리도 글로벌 OTT 기업을 만들거나 자체 자금력을 지닌 대형 스튜디오를 더 세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OTT 기업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대기업이 적극 투자해야만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은 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난 만큼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대형 스튜디오를 몇 개 더 세워 각국 OTT 업체들에 판권을 파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