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지구 공진초등학교 앞 보습·예체능 학원가 형성
아현뉴타운엔 목동·대치동 유명 입시학원 분원 자리해
성북구·광진구 등 오래된 아파트 지역은 학원수 감소
전문가 "학생수 감소로 서울 주변부 학원가는 쇠퇴"
[ 허란 기자 ]
18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공진초등학교 앞. 2016년 입주를 마친 마곡엠밸리 11·12단지 상가 곳곳에 영어·수학·국어 등 보습학원과 음악·태권도 학원이 자리 잡았다. 2020년 공진초 옆으로 마곡제2중(예정)이 들어서고 12블록 상업·업무시설이 완공되면 일대 학원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근 사거리공인의 김영만 대표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30대 학부모 유입이 크게 늘었다”며 “우성SB타워 M리체 등 12블록 상가건물이 완성되면 이곳 마곡지구 학원가가 내발산동의 학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 부촌의 등장으로 서울 사교육 지도가 바뀌고 있다. 입지가 좋은 지역의 새 아파트로 30~40대 중산층이 유입되면서 이들의 자녀를 겨냥한 학원가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3040 중산층 대거 유입
마포구 아현뉴타운 인근에는 이미 대치동의 유명 입시학원까지 자리 잡았다. 이곳 학원가는 공덕역에서 대흥역 사이 백범로 대로변과 한 블록 안쪽에 있는 경의선 숲길 인근에 조성되고 있다. 2015년부터 학원들이 하나둘 생기다가 작년부터는 대치동과 목동의 유명 입시학원 분원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사교육 지도 변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공개한 ‘2017년 사설학원 현황’에 따르면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마포구 강서구 등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13~2017년 강서구와 마포구에선 예능 분야 학원 수가 각각 10곳과 7곳 증가했다. 강동구와 서초구를 제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5위권에 들었다. 반면 2013년 1위였던 송파구 예능 분야 학원 수는 20곳 줄었다. 재건축 이주가 많았던 강동구도 23곳 감소했다.
학교교과 교습학원(보습학원)은 마포구(+19곳) 은평구(+12곳) 강서구(+11곳)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대로 강동구(-28곳) 성북구(-9곳) 광진구(-8곳) 송파구(-5곳) 등의 보습학원 수는 감소했다. 외국어 분야 학원은 대형화 추세로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필명 월천대사)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초·중등학교 학군까지 좋아지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며 “마포 아현, 강서 마곡, 강동 고덕, 성동 등 신축 아파트와 고학력 맞벌이 부부가 밀집한 지역은 ‘미래학군’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가 조성된 경기 화성시(+138곳) 성남시(+98곳) 김포시(+92곳) 수원시(+75곳) 남양주시(+61곳) 하남시(+23곳) 등에서도 2013~2017년 보습학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전국 보습학원 수 1위(1137곳)인 고양시도 이 기간 116곳 늘었다. 반면 용인시 부천시 안양시 등 기존 주요 학원가 보습학원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후퇴했다.
“3대 학원가 쏠림현상 심화될 것”
신흥 미래학군의 약진에도 대치동(강남구) 목동(양천구) 중계동(노원구) 등 서울 3대 학원가 쏠림현상은 장기적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초저출산 현상 때문이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교육 시장은 일정 학생 수가 뒷받침되는 ‘규모의 경제’가 깨지면 학원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학생 수 감소로 서울 주변부 학원가는 쇠퇴하고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핵심 학원가로 몰리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70만 명을 웃돌던 한 해 출생아 숫자는 지난해 35만 명대로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서울 초등학생 수는 43만6112명으로 2007년(65만9126명) 대비 34% 감소했다. 중학생 수는 37만8871명에서 22만9331명으로 39% 줄었다. 그럼에도 보습학원은 2013년에서 2017년 사이 3대 학원가가 있는 강남구(+127곳) 노원구(+86곳) 양천구(+31곳) 등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강남 학군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포 대치 등에서 이뤄지는 선행교육의 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라며 “강남 학군 수요는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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