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한 통합민주당, '개혁 노선' 배우러 英보수당 찾아갔다

입력 2018-06-15 18:20
보수가 보수를 심판하다

민주당, 12년 만에 전국 정당으로 성장한 비결

민주당의 '절치부심'
2006년 지방선거 참패 후
외연 넓히며 진보가치 공유

한국당 재기할 수 있을까
보수가치 재정립 중요한데
토론 문화 사라진지 오래
1년 반 남은 총선도 위기감


[ 박동휘 기자 ] 2006년은 더불어민주당 역사에서 최악으로 기록된 해다. 당시 집권여당으로 4회 지방선거에 출전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은 야당인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참패를 당했다. 광역자치단체장 16곳 중 12곳을 내주고, 겨우 한 곳만 건졌다. 광역비례대표를 뽑기 위한 정당 득표율은 21.6%에 불과했다. ‘보수 참패’로 평가되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한국당이 광역단체장 2곳, 정당 득표율 25.2%의 성적을 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락으로 떨어진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정확히 12년의 세월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란 굵직한 정치적 변수의 힘이 크긴 했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절치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역시 국내 여느 정당처럼 당명을 여러 차례 바꾸며 변화를 거듭했다.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에 이르렀다. 민주당 관계자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시민단체, 학계 출신 인물들을 꾸준히 영입하며 외연을 넓혔다”며 “민주당 내부에선 더 이상 합칠 세력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이처럼 꾸준히 ‘덧셈의 정치’를 할 수 있던 데엔 가치의 공유가 근간이 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평화당과의 합당 불가론을 예로 들었다. “정의당과의 연합은 가능해도 평화당과는 철학 및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공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혁을 꾸준히 추진한 것도 민주당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던 배경이다. 2008년 총선 패배 후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영국 보수당을 찾아간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6년 지방선거에 이어 2008년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이 153석을 가져가며 완승을 거두자 당시 민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열띤 당내 토론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건 진보의 가치를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였다. 노동당 출신인 토니 블레어 총리가 주도하는 정국에서 야당으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던 보수당의 개혁 노선까지 배우려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한국당 사정은 12년 전의 민주당과 비교하면 크게 나쁠 것도 없다. 개혁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가 한국의 보수당 재건에 핵심 요소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2020년 4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민심은 1년 반 뒤 의원들의 생존을 좌우할 문제가 됐다”며 “보수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자칫 정치 투쟁만 난무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한량 한국당, 치열 민주당’이란 공식부터 깨야 보수당이 재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당의 한 3선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은 토론도 안 하고, 전투력도 제로”라고 비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