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출간한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인터뷰 "2년 내 미국 경제 침체 50~70% 가능성"

입력 2018-06-14 16:32


(윤정현 문화부 기자)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이하 브리지워터) 창업자가 쓴 ?원칙?이 이달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지난해 미국, 올해 초 중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레이 달리오는 지난 1975년 미국 뉴욕에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현재 1600억달러(약 171조2000억원) 규모의 운용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가 됐다. 레이 달리오는 올 3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67위(177억달러)를 차지했다. 국내 출간에 맞춰 서면 인터뷰를 통해 책에 없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질문지를 보낸지 20일 만에 온 답변이다.

▷책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들은 책에 담긴 원칙들이 실용적이고 독특하며 논리적이라고 한다. 내 능력이 아니라 이런 원칙들 때문에 빈털터리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100인과 세계 최고 갑부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브리지워터는 미국에서 5번째로 중요한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책에 소개된 원칙들을 통해 독자들이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 원칙들을 책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쯤인가. 집필하는 데는 얼마나 걸렸는가.

“나는 이 원칙들을 25년에 걸쳐 만들었다. 중요한 결정에 직면했을 때마다 그런 결정을 내린 기준들을 적어놨다. 그리고 이것을 책으로 완성하는데는 5년 정도가 걸렸다.”

▷2005년 직원들에게 먼저 원칙들을 정리해 필독하라고 권했다고 하던데, 이후의 변화 체감할 수 있었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나는 극단적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을 통해 의미있는 일과 의미있는 관계를 원했다. 지금도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의사결정의 지침이 되는 원칙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꼽을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지난 1982년에 (불황이 오래 갈 것이라는) 나의 예측은 공개적으로 그리고 고통스럽게 틀렸다. 회사의 모든 직원들을 해고했고 나도 완전히 파산해 아버지로부터 4000 달러를 빌려 가족을 부양해야 할 정도였다.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지만 가장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그 실패를 통해 나는 대담함과 균형을 이루는데 필요한 겸손함을 배웠다. 또 강한 주장을 견제하는데 필요한 개방적 사고를 알게 됐다. 1982년의 실수가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성공으로 나를 이끌어준 셈이다.”

▷2020년 미국 대선 이전에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빠질 가능성 70%라고 진단해 화제가 됐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가.

“50~70%의 확률로 그렇게 보고 있다.”

▷산업 변화는 어느 때보다 빠르고 금융 변동성도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세계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기를 하강으로 이끄는 통화긴축 정책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브리지워터 차이나 파트너스가 중국에서 문 닫은 경험을 했다. 중국의 성장과 미래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당시에는 중국의 사업과 브리지워터 모두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중국이 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면 나는 중국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국의 미래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CEO에서도 물러났는데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가. 이번 첫 책 이후 두 권의 책 추가 출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바쁘다. 중요한 차이는 의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투자와 경제에 관해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죽을 때까지 공부할 것이다. 나에게 도움이 됐던 원칙과 도구들을 책을 통해 후대에 물려주고 싶다. 나는 해양 탐사에 관심이 많고 3대가 함께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인생 여정을 돌아보는 것으로 ?원칙?의 문을 연다. 2부는 인생의 원칙, 3부 업무의 원칙에 대해 기술했다. 그는 열두살 때 처음 주식 투자를 했다. 캐디로 일하던 골프장에서 들은 얘기들로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하버드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월스트리트에서의 경험과 창업 과정, 시련의 시기까지 속도감 있게 서술한다. 자신했던 시장 예측이 빗나가면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고 회사가 성장 궤도에 오른 후엔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문제를 겪으면서 원칙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우쳤다. 그는 “상황을 유형 별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응하는 훌륭한 원칙을 갖고 있다면 더 빨리,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훌륭한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처방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투자 원칙을 기록했다. 1980년대 초반 실패를 맛본 후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의견을 밝히지 말아야 하는 때를 알아야 한다’ ‘큰 이익을 지키고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위험의 균형을 유지하라’는 원칙을 세웠다. 회사가 커지면서 같은 방식으로 업무 원칙을 만들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그 결정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원칙으로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2006년 60개 업무 원칙 목록을 만들어 회사 관리자들에게 배포하고 그 원칙에 대해 평가하고 토론하도록 했다. 기본은 개방성과 투명성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모든 사내 회의를 녹화해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했다.

브리지워터의 혁신적인 조직문화와 성장 비결이 주목받으면서 레이 달리오는 책을 통해 자신의 경영방식을 더 넓게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조건 따를 것은 아니다. “원칙들을 검증한 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기 바란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지난해 4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그는 “이젠 성공하고 싶은 욕구보다 다른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며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말한다. 그가 만든 원칙들 만큼 문장이 명료하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 수많은 원칙들이 나열돼 있지만 군더더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첫장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큰 글씨로 새긴 세가지 질문이 당신의 원칙에 답을 제시한다. 1.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2. 무엇이 진실인가. 3.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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