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볼턴 악수 사진도 실어
김여정, 현지서 보도 지휘한 듯
[ 이미아 기자 ]
북한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행보를 철저히 숨기다 일정이 다 끝난 뒤 공개했던 과거 관행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회담 이튿날인 이날 오전 6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소식과 공동합의문을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회담 내용과 컬러 사진 30여 장을 1~4면에 걸쳐 상세히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회담 당일 숙소를 떠나 회담장인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 도착한 현장부터 단독·확대회담, 오찬, 공동합의문 서명식까지 세밀히 전달했다. 또 김정은이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는 사진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북한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이 회담에서 “미국 측이 조·미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 조치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조·미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시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들의 신속한 보도 배경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체제 선전과 주민 대상 사상교육을 전담하는 선전선동부 소속이다. 그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보도 전반을 책임지면서 북한 매체들의 보도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평양을 비워도 체제와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