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비용 韓·日이 부담… 미국은 안 돕는다"

입력 2018-06-12 20:24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담판
한반도 어디로 가나

'北에 미국 돈 안쓴다' 재확인

핵포기 대가 10년간 2150兆 추정
포천 "한국, 엄청난 타격 받을 것"


[ 추가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부담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국제기구를 동원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게 미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누가 지급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이 많이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돕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다른 곳에서 많은 대가를 치렀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 정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훌륭한 일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지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당시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 형식의 경제 원조를 한국과 일본이 주로 부담하는 구도로 짜겠다는 의사를 처음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 비용을 대지 않는 이유로 북한과의 물리적 거리를 꼽았다. 그는 “미국이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6000마일(약 9656㎞) 떨어져 있지만 그들(한·중·일)은 이웃 국가다. 우리는 이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998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 때도 총사업비 70%와 2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분담했고 미국은 8%만 냈다.

영국 유리존SLJ캐피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이 10년간 2조달러(약 2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독일의 통일 비용을 근거로 한 추정치다. 독일 통일 이후 옛 서독 지역에서 동독으로 1조2000억유로 이상이 흘러들어갔으며 이 금액은 현재 가치로 1조7000억유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북한은 동독과 달리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대비 동독 인구보다 현재 남한 대비 북한 인구가 많다는 점도 비용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북한의 경제 수준이 과거 동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점도 비용 추산 때 고려됐다. 포천은 “이론적인 추산이지만 한국은 비핵화 비용을 대느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