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1.75~2%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내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한국은행에 금리 인상 압박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달 12~1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전망이다.
앞서 Fed는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이번 FOMC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한다면 양국의 금리 차이는 0.50%포인트로 벌어진다.
◆금리 인상 도미노 우려…한은, 7월에 금리 인상 나설까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기 호조를 반영한 긍정적인 신호지만,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는 경고음이 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 상승을 견인해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을 좁히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네 번째 동결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7월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금리는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통화정책 기대보다는 대외적인 이슈에 연동돼 등락을 반복했다"며 "한은의 5월 금통위 의사록, 6월 FOMC, 6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따라 금리 흐름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외 통화정책 정상화 등 해외 변수에 연동된 금리의 상승 동조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병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대내외 금리차 보다는 외국인 자금유출 문제를 펀더멘털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올해 7월 금리를 인상하고 이후 연내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비상'…제2금융권 중심으로 부실화 조짐
다만 1400조가 넘는 국내 가계부채는 여전히 부담이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면 초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았던 취약차주들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1450조원을 돌파,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보험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부실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보험사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52%에서 1분기 말 0.56%로 0.04%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주택담보 외 대출의 연체율이 1.30%에서 1.42%로 0.1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4.5%에서 4.9%로 올랐다. 이중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6.1%에서 6.7%로 0.6%포인트 뛰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각각 0.5%포인트, 1%포인트, 1.5%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각각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14조6000억원 불어난다. 고위험가구는 원금·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뜻한다.
◆당국 "취약차주 부채 부실 막아라"…효과는 '글쎄'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취약차주들의 부채 부실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도입한 '가계대출 프리 워크아웃제', '더나은 보금자리론'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가계대출 프리 워크아웃제'는 실직·폐업 등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가계대출 차주에게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 주는 제도다. 대환이나 만기 연장 등을 지원한다.
연체 기간이 90일 미만인 주택담보대출 차주가 경매신청을 유예해달라고 신청하면 은행은 상환계획을 판단해 연체 발생 후 최대 6개월까지 경매신청과 채권매각을 유예한다.
'더나은 보금자리론'은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보험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연 3%대 금리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이처럼 취약차주의 재무 건전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집중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대출의 질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는 물론 일반 차주들도 이자 폭탄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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