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두 북경련 회장 "북한, 찬밥 더운밥 가릴 때 아니다"

입력 2018-06-12 09:06
수정 2018-06-12 09:07


(조재길 경제부 기자) 김칠두 북방경제인연합회 회장(68·사진)은 참여정부 시절(2003~2004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지난달 초 결성된 북경련이란 단체의 회장으로 취임했구요. 차관을 그만둔 뒤 숭실대에서 ‘북한 경제’ 관련, 2년간 강의했다고 합니다. 오늘 점심 때 그를 만났습니다.

김 회장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재미있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는 데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겁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때 북한 사람들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습니다. 수도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했지요. 이전까지만 해도 의식주를 국가에서 해결해 줬는데, 이후엔 ‘최고 존엄’의 은혜를 거의 경험하지 못하게 된 거지요.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금의 30세 전후 청년들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경애심이 별로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이전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를 고수하다 보니 경제 성장률이 바닥을 기고 있지요. 김 회장은 “북한 경제가 거의 무너졌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열면서 대외 개방을 추구했던 때와는 또 다르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북한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란 것이죠.

김 회장은 “경제 개방 및 체제 보장 확약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이상 선택지가 아니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차피 내부에서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 회장이 이끄는 북경련은 ‘우선 사업’으로 ‘강령 국제 녹색시범구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 강령군의 경제특구에 LG SK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을 끌어들여 스마트팜과 같은 농업 비즈니스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죠.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다만 강 회장의 포부는 무척 컸습니다. “북경련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탈퇴한 대기업들이 북경련에 들어올 경우 북경련이 경제계를 대표하게 될 것이다. 결국 북경련이 전경련을 통합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북경련은 올해 5월 창립한 단체입니다.

1961년 창립한 전경련 임직원이 이 얘기를 들었다면 통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될 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끝) /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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