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12일 세기의 담판
대비되는 美·北 정상 행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오찬
무역·관세 등 통상현안 논의
오후엔 폼페이오 등 참모들과
최종 협상전략 가다듬어
[ 박수진/유승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핵 담판을 위한 최종 전략 수립에 열중했다. 72번째 생일(6월14일)을 사흘 앞둔 그는 예상치 못한 생일상을 받기도 했다.
전날 밤 8시35분께(현지시간) 전용기 편으로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해 샹그릴라호텔에 여장을 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출발해 20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온 만큼 공식 일정 없이 여독을 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세기의 핵 담판’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었다. 그는 오전 9시45분 트위터에 “싱가포르에 있어서 좋다. 흥분된 분위기”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첫 공식 일정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45분께 샹그릴라호텔을 나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싱가포르 대통령궁 이스타나로 향했다.
‘비스트(beast·짐승)’란 별명을 가진 캐딜락 승용차에 트럼프 대통령이 탔고 참모들과 경호원 등을 태운 차량 30여 대가 함께 이동했다. 샹그릴라호텔 주변과 이스타나 근처는 오전 10시30분께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가 안 된 시간에 이스타나에 도착해 리 총리와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리 총리는 무역 관세와 남중국해 문제 등 양국 간 통상·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김정은에 관한 얘기도 주고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리 총리는 전날 저녁엔 김정은과 회담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이날 “경제·국방·안보 환경에 관한 특별한 관계를 재확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오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내일(12일) 매우 흥미로운 회담이 있다”며 “아주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싱가포르 측의 환대와 전문성, 우정에 감사를 느낀다”며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
소고기 안심 요리와 로브스터 수프 등이 오찬 메뉴로 나왔다. 현지 5성급 호텔인 굿우드파크호텔이 오찬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오찬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다이어트 콜라를 갖다놓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깜짝 파티도 열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6월14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총리와 오찬을 마치고 오후 2시10분께 샹그릴라호텔로 돌아가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위한 격려 행사를 열었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 통상적으로 여는 행사다. 이후엔 공개 일정 없이 참모들과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일정 중에도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 결과를 수시로 보고받았다.
싱가포르=박수진 특파원/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