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영 기자 ]
2007년 가을에 터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당시 국제 자원 가격은 급등했다.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던 국제 유가는 단기간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희귀 자원인 희토류를 확보하려는 각국 경쟁도 치열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용 연료전지 등을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광물이다. 당시 한국 정부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배경이다.
문제 된 자원개발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프로젝트는 캐나다의 하베스트 유전과 혼리버-웨스트컷뱅크 가스전, 멕시코의 볼레오 동광(구리 광산)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40억8000만달러에 정유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했다. ‘산유국의 꿈’을 안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24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사업은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가스전 개발·생산 프로젝트다. 해외에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오는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가스공사는 “조만간 생산에 들어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2009년 2억7000만달러를 투자했던 사업은 2억달러 손실로 돌아왔다.
멕시코 볼레오 동광은 한국이 전량 수입하는 구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광물자원공사는 볼레오 프로젝트를 통해 2010년부터 25년간 구리와 코발트 등 막대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 프로젝트로 광물자원공사 재정은 엉망이 됐다. 광물공사가 14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던 이 사업은 1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사업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알 수 없다.
‘실패 프로젝트’ 처벌할 수 있나
자원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매장량을 예측하고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추산하는 데만 막대한 돈이 든다. 자원과 상관없는 리스크도 넘쳐난다. 상당 자원이 개발도상국에 매장돼 있어서다. 현지 정부가 갑자기 자원 정책을 바꾸거나 치안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엑손모빌 등 세계적인 민간 석유회사의 탐사 성공률이 20~30%대에 머무는 이유다.
성공률이 이토록 낮은 데도 수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자원 탐사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수많은 실패를 겪다가 한곳에서 ‘대박’이 터지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자원개발 기업들이 9번 실패해도 마지막 한 번의 성공을 위해 다시 도전하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개발 사업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자원개발 사업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에 실패했다고 해외 자원개발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자원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부당개입이나 비리 있었다” 주장
그럼에도 산업부가 검찰 수사를 의뢰한 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단순히 ‘운이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하베스트 유전의 경우 애초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상류 부문(광구)만 인수하려 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하류 부문(정유공장)까지 ‘패키지’로 인수하게 됐다. 혈세 수천억원이 투입된 사업이었으나 불과 44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런 투자가 결정된 과정이 의문이란 주장이 나온다.
웨스트컷뱅크 가스전의 경우 인수 과정에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볼레오 동광 인수를 앞두고선 미래 수익을 가늠할 내부수익률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광물자원공사가 구리 생산량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고, 이후 잘못된 평가를 근거로 투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산업부의 내부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었는지, 자원개발 투자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나 뒷돈이 오간 건 없었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 NIE 포인트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펴왔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 해외자원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정리해보자. 희토류와 원자재 등 중요한 자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국제 거래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토론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