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브랜드 맥주 경쟁
호텔 브랜드 맥주 앞다퉈 출시
[ 이유정 기자 ]
무더운 여름, 소비자들이 물 만큼 많이 찾는 음료가 시원한 맥주다. 2~3년 전 서울 이태원 신사동 등에서 시작된 ‘수제맥주 붐’이 호텔업계로 번지고 있다. 주요 특급호텔들은 소규모 양조장과 손잡고 특색있는 수제맥주를 개발, ‘맥덕(맥주+덕후)’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 호텔’에서만 파는 고급 수제맥주
특급호텔들은 객실 서비스뿐 아니라 푸드&베버리지(F&B)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맛과 다이닝 서비스를 추구한다.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맥주시장이 수제맥주 붐을 타고 고급화하면서 각 호텔은 자기 브랜드를 내건 수제 맥주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해당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과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게 이들 맥주의 강점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여름 시즌을 겨냥해 제주의 특색을 담은 수제 맥주 ‘해비치 위트비어’를 출시했다. ‘홉계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유러피안 노블홉을 사용한 밀맥주에 제주산 감귤 농축액을 다량 넣었다. 감귤의 상큼한 풍미와 제주의 지역적 특색까지 느낄 수 있는 맥주라고 해비치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렌지 껍질과 코리엔더(고수) 등의 향신료를 적절한 비율로 넣어 가볍고 뒷맛이 깔끔하다.
이 맥주는 해비치가 수제맥주 업체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협업해 개발했다. 해비치의 식음 전문가 및 셰프가 개발에 참여해 다양한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맛을 내는 데 공을 들였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와 경기 화성 롤링힐스호텔, 해비치컨트리클럽 서울·제주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제주해비치 기준으로 병맥주 1만1000원, 생맥주 1만2000원.
포시즌스호텔서울이 지난 3월 선보인 수제맥주 ‘Le 75’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를 여행하며 음식과 칵테일에 대해 글을 쓴 미국 작가 찰스 H 베이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이다. 맥파이 브루어리와 협업해 개발했으며 주니퍼 베리, 레몬 껍질, 계피, 감초 뿌리를 넣어 맛과 향이 독특하다. 레몬 드롭을 첨가해 끝맛이 상큼하다. 가격은 한 병에 1만8000원.
식음 전문가들이 개발 참여
호텔 수제맥주를 처음 선보인 것은 서울신라호텔이다. 신라호텔은 2016년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맥주 ‘골든 에일 S’를 출시했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협업해 만든 ‘골든 에일 S’는 일반적인 수제맥주와 다른 발효 방식을 적용한다. 발효할 때 향을 함께 넣어 여과하는 방법 대신 발효 후 숙성 기간에 향을 넣어 한번 더 여과를 거친다. 이 때문에 맥주의 청량감과 과일 향이 강하다. 필스너 몰트와 아로마가 풍부한 태평양 북서부 연안의 홉을 사용했고 라임과 자몽의 풍미가 특징이다.
파크하얏트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은 이탈리아 수제맥주인 프리스카와 자가라를 2016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탈리아 서쪽 사르데냐 섬에 있는 ‘발리 브루어리’의 맥주들로, 사르데냐 섬에서 나는 과일과 허브를 이용해 만든다. 프리스카는 고수와 오렌지 껍질 등을 넣어 시트러스함과 스파이시함, 이국적인 아로마 등이 특징인 밀맥주다. 가격은 병당 5만8000원(750mL).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급 호텔은 최고 수준의 셰프, 소믈리에 등 식음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품질 높은 제품을 개발하기 유리하다”며 “맥주는 다양한 고객이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어 호텔들이 브랜드 특색을 담은 자체 개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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