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성폭력 고발한 '82년생 김지영'
70만권 팔리며 SNS서 인기
영화에서도 여성주의 재해석 붐
[ 이현진 기자 ] 페미니즘은 최근 2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숱한 논쟁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있는 여성들이 페미니즘 아이템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문화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여성주의가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판은 가장 뜨거운 페미니즘 시장으로 손꼽힌다. 2012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우에조 지즈코 지음)를 필두로 강남역 살인사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뤄진 성폭력 고발 담론을 타고 페미니즘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20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은 70만 권가량 팔리며 ‘뉴 페미니즘’을 이끈 대표 서적이 됐다. 가부장제 구조 자체를 다룬 웹툰 《며느라기》는 연재 당시 6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는 등 인기를 끌어 책으로도 나왔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는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유행시켰고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벨 훅스) 등 입문서도 판매량 상위권에 올랐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강간의 역사를 쓴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 밀러),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을 다룬 《백래시》(수전 팔루디) 등 오래된 서양 고전도 번역, 출간됐다.
영화산업에서는 여성주의적 재해석이 늘고 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오션스8’은 2001년 개봉한 ‘오션스 일레븐’의 여성버전이다. 1984년작을 리메이크한 2016년작 ‘고스트버스터즈’(사진)는 주인공 4인방을 여자로 바꿨을 뿐 아니라 ‘머리 빈 금발미녀’ 캐릭터를 ‘몸만 좋은 금발미남’으로 풍자하는 등 스테레오 타입의 성역할을 반전시켰다. 여성의 생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팬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저소득층 여성에게 생리용품을 기부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고스트버스터즈’에 출연한 여자배우들은 ‘추억의 고전을 망쳤다’는 이유로 SNS에서 공격을 받았다. 백인·동양인 여성과 흑인 남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워즈:라스트제다이’ 역시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에 경도돼 재미를 잃었다”는 팬들의 비판에 시달렸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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