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제안 의향서 제출
SK E&S, LNG 판로 확보할 찬스
두테르테 방한으로 사업 탄력 기대
[ 양준영 기자 ] SK그룹의 액화천연가스(LNG) 전문기업인 SK E&S가 필리핀에서 1조8000억원 규모의 LNG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SK E&S는 LNG 인프라 구축사업을 제안하는 의향서(LOI)를 필리핀 정부에 전달했다고 7일 발표했다. 유정준 SK E&S 사장과 알폰소 쿠시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 5일 서명한 LOI에는 북부 루손섬 일대에 연간 최대 처리 용량 500만t 규모의 LNG 터미널과 복수의 중대형(600㎿ 이상) LNG 발전소, 터미널과 발전소를 잇는 최장 15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계획이 담겼다. LOI는 투자 의사를 밝히고 사업계획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업 초기 단계에 필요한 서류다.
SK E&S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발전소 등의 완공 예상 시기를 고려하면 내년 1분기에는 사업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 사업이 성사되면 미국 호주 등 해외 가스전에서 생산한 LNG 물량의 판로를 확보하게 돼 글로벌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 E&S는 필리핀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에 발맞춰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이번 사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천연가스를 자국의 유일한 가스전인 말람파야 해상 가스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스전의 매장량이 2024년 이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LNG 수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필리핀 에너지부는 전력 수요가 2040년까지 연평균 5.6%씩 증가하고, LNG 수요는 가스발전을 중심으로 매년 1.7%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2023년 말까지 터미널과 발전소 등 LNG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LNG 수입에 본격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 E&S는 지난해 9월 필리핀 마닐라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LNG 인프라 구축사업 참여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번 사업은 한국과 필리핀 간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MOU)에 포함된 만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SK E&S 측은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교역투자, 인프라, 국방방산, 농업, 개발협력, 문화인적교류 등 분야에서의 실질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필리핀 에너지부는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너지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SK E&S 관계자는 “LNG 밸류체인(가치사슬) 전 영역에 걸친 사업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필리핀 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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