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탈환" vs "반드시 수성"… 중랑·중구 대격전

입력 2018-06-07 17:49
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 '서울의 숨은 전쟁터' 중구·중랑구·영등포구청장

16년간 한국당이 이긴 중랑구
민주 류경기 내세워 화력집중
긴장한 나진구 한국당 후보
"제가 세긴 센가 봐요"

중구, 한국당 최창식 '3선 도전'
민주당 서양호 "힘있는 여당을"

여당 강세 지역인 영등포는
민주·한국·무소속 '3자 대결'


[ 김우섭/노유정/황정환 기자 ]
“제가 세긴 세나 봐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이렇게 견제하고 있으니….”

지난 6일 서울 신내동 봉수대공원에서 만난 나진구 자유한국당 중랑구청장 후보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중랑은 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지난 16년 동안 구청장을 배출한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총세를 펼치며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류경기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36)는 “중랑 장미축제를 여의도 벚꽃축제만큼의 큰 행사로 키운 나 후보의 능력을 높이 산다”며 “다만 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어 누굴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민주당(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20개를 휩쓸고 한국당이 지켰던 중랑·중구에서 대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중랑·영등포·중구를 전략 지역으로 분류하고 집중 관리에 나서고 있어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들 지역이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하느냐 못 하느냐를 가르는 전략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네 번 패배한 중랑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세 번이나 중랑을 방문해 지원 유세를 펼쳤다. 류 후보자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례적으로 중랑구 민주당 현역인 박홍근·서영교 의원이 맡고 있다. 류 후보는 “그동안 당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을 내면서 구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당장 중랑구와 서울시가 진행 중인 면목동 행정부지 소송부터 취하해 그 자리에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랑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기 북부권 시민들이 서울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보수 색채가 강한 이유다. 20년째 거주 중인 박모씨(52)는 “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집권한 기간에 중랑 지역은 소외돼 왔다”며 “나 후보가 면목패션 특구 조성 등의 실적을 낸 만큼 마음이 더 간다”고 했다.

서울 중구도 현역 구청장인 최창식 한국당 후보를 상대로 민주당이 전략 공천한 서양호 후보가 나섰다. 최 후보는 재선 구청장이다. 명동·을지로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지만 구도심에는 고령층이 적지 않다. 명동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김정애 씨(71)는 “최 후보가 구석구석 다니면서 평소에 얼굴을 알렸고 일을 잘한다는 생각”이라며 “안보관도 한국당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서 후보는 유세 내내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구도심인 중구는 시의 재정을 지원받아 도시재생사업을 활발히 해야 한다”며 “박원순 후보와 호흡을 맞춰 중구를 환골탈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영등포는 뉴타운 등으로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된 민주당 강세 지역이나 무소속 출마 등이 변수가 되고 있다. 민주당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채현일 후보를 전략 공천하자 조길형 전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여의도동에 사는 박모씨(59)는 “여의도 제물포터널 공사 강행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며 “거주민을 위한 현실적인 공약을 내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김우섭/노유정/황정환 기자 duter@hankyung.com